전기차 생태계 이식한 중국, 美 테슬라 대비 출하량 36배 압도하는 ‘속도전’
2035년 260만 대 골드러시… 단순 조립 넘어 ‘두뇌’ 자립 여부가 시장 재편의 분수령
2035년 260만 대 골드러시… 단순 조립 넘어 ‘두뇌’ 자립 여부가 시장 재편의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과거 저가형 가전과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의 제조 굴기가 이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정조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기계공학이 결합한 ‘물리적 AI’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은 이미 구축된 전기차(EV) 공급망을 로봇 산업으로 빠르게 전이시키며 초기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는 형국이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바탕으로 서구권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미 물량과 속도 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의 격차를 벌리며 ‘로봇 경제’의 표준을 예고하고 있다.
1만3000대 시장서 드러난 격차… ‘규모의 경제’로 테슬라 압박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태동기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의 점유율 쟁탈전은 이미 전쟁 수준이다. 포브스(Forbes)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1만3317대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 좁은 문을 뚫고 나온 주역들이다.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는 지난해 미국 테슬라와 피겨(Figure)가 기록한 출하량을 합친 것보다 무려 36배나 많은 로봇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러한 ‘압도적 물량’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제조 원가 절감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센서와 배터리 등 전기차 산업에서 이미 검증된 부품들을 로봇에 그대로 이식하면서, 서구권 로봇 제조사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단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실의 셀리나 쉬(Selina Xu) 담당은 "중국은 세계 최강의 제조 기반을 통해 신제품을 반복해서 내놓는 속도가 서구 경쟁사보다 월등히 빠르다"고 정조준했다.
‘시연용’ 딱지 뗀 중국 로봇… 산업 현장 파고드는 실무형 AI
그동안 중국 로봇은 춘제(음력 설) 공연 등에서 춤을 추거나 무술을 선보이는 ‘전시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철저하게 ‘운영 효율’에 맞춰져 있다.
갈봇(Galbot)의 자오위리(Yuli Zhao)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고객들이 이제는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람의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지 실무적인 가치를 묻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 요구에 힘입어 중국 내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니트리는 최근 시리즈 C 투자 이후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도달했으며, 향후 기업공개(IPO) 시 가치는 70억 달러(약 10조1290억 원)를 웃돌 전망이다.
갈봇 역시 최근 3억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수혈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는 자본 시장이 중국 로봇의 ‘실물 경제 투입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엔비디아 의존증 탈피가 숙제… ‘월드 모델’ 선점 위한 소프트웨어 전쟁
다만 중국 로봇의 화려한 외형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로봇의 근육과 뼈대는 중국이 앞서가고 있으나, 두뇌에 해당하는 칩과 인공지능 운영체제는 여전히 미국의 기술력에 기대고 있다.
현재 대다수 중국 로봇 기업은 엔비디아(Nvidia)의 오린(Orin) 칩을 핵심 하드웨어로 채택하고 있다.
더불어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언어 모델과 달리 물리적 움직임 데이터는 수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셀리나 쉬 담당은 "하드웨어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민첩성을 갖췄으나, 복잡한 상황을 판단하는 뇌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며 향후 승부처가 소프트웨어 자립화에 있음을 시사했다.
2035년 260만 대 시장 열린다… 미·한·일 로봇 연합 전선 구축할까
트렌드포스(TrendForce) 등 시장 분석 기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해 2035년에는 260만 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일본과 한국의 반격도 거세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겨냥한 돌봄 로봇과 정밀 제어 분야에서 2027년 양산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한국 또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생산 역량을 갖추고 북미 공장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물량 공세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안전성과 정밀도가 생명인 산업 현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밀 제조 기술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로봇 시장은 제조 속도를 앞세운 중국과 지능형 소프트웨어 및 정밀도를 앞세운 미·한·일 연합군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