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쏜 포탄에 달러가 맞았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이 부순 기축통화의 성역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쏜 포탄에 달러가 맞았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이 부순 기축통화의 성역

24년 만의 최저치 57% 쇼크... 금융의 무기화가 불러온 달러 제국의 자충수
오일 달러 체제 종말의 서막... 브릭스와 유럽이 설계하는 미국 없는 금융 지도
2025년 3월 19일에 찍은 미국 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19일에 찍은 미국 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로이터

세계 경제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해 온 달러 패권에 전례 없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은 단순히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금융 시장의 근간인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력과 금융력을 동시에 동원해 특정 국가를 압박할 때마다, 나머지 세계는 달러라는 단일 체제에 묶여 있는 위험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3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71%에 달했으나 2025년에는 57%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달러의 지배력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최근의 지정학적 충돌은 이 같은 탈달러화 추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를 대체할 안전 자산을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의 무기화가 불러온 부메랑 미국 국채의 신뢰 상실


미국이 경제 제재와 관세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면서 달러는 더 이상 중립적인 교환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금융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미국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미국 국채가 누려온 이른바 편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5년 내 미국의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달러 패권의 유지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브릭스와 유럽의 반격 달러 없는 결제망 구축에 속도


달러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이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미국의 금융 통제에서 자유로운 대안 금융 인프라를 모색하며 대서양 건너편의 동맹과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통화의 교체를 넘어, 미국이 주도해 온 글로벌 금융 질서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에너지 결제 대금의 변화 오일 달러 체제의 붕괴 조짐


국제 유가 결제에서 달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오일 달러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이란 공습 이후 주요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위안화나 유로화, 심지어 디지털 화폐로 원유 대금을 결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의 달러 이탈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원유를 사기 위해 강제로 달러를 보유해야 했던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이 누려온 무한한 발권력의 특권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와 금의 귀환 분산되는 글로벌 부의 흐름


달러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단일 통화가 아닌 다변화된 자산들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 매입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리고 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국경 간 결제에서 달러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경로를 열어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금융의 분권화를 가속하면서,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정책에 세계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구조는 점차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강경한 대외 정책은 미국의 단기적인 승리를 가져올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달러 제국의 붕괴를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