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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역설… 홍콩, 두바이 제치고 ‘글로벌 금·패밀리 오피스’ 피난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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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역설… 홍콩, 두바이 제치고 ‘글로벌 금·패밀리 오피스’ 피난처 급부상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두바이 불확실성 증대… 부유층 자금 홍콩으로 회귀
금 보관 용량 2,000톤으로 확대, 가상자산·금 등 세제 혜택 파격 지원… 싱가포르와 ‘진검승부’
2026년 1월 27일, 중국 상하이의 한 보석 쇼핑몰에서 진열된 금반지를 조정하는 상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1월 27일, 중국 상하이의 한 보석 쇼핑몰에서 진열된 금반지를 조정하는 상인.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그동안 ‘중동의 금융 허브’로 군림하던 두바이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지정학적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홍콩은 글로벌 부유층의 자금과 실물 금을 빨아들이는 ‘안전 자산의 블랙홀’로 부상하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금융권에 따르면, 중동의 고액 자산가들과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들이 자산 동결 및 물류 마비 우려가 커진 두바이를 떠나 강력한 법치와 자본 자유도를 갖춘 홍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 “두바이는 불안하다”… 물류 마비 우려에 홍콩행 택하는 큰손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분쟁이 홍콩에 전략적 기회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케니 탕 싱힝 홍콩 금융분석가협회 회장은 “두바이에 자금을 배분했던 국제 투자자들에게 홍콩은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과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갖춘 자연스러운 선택지”라며 “전쟁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점이 고액 자산가들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실물 자산인 ‘금’ 거래에서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브라이언 펑 웨이룽 홍콩금거래소(CGSE) CEO는 “두바이는 중동 투자의 관문이었으나, 이제는 물류 차단으로 인해 금과 자산이 도시에 묶일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은 최근 폴 찬 재무장관이 발표한 ‘국제 금 거래 중심지’ 개발 계획에 따라 세금 인센티브와 저장 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 금 보관 용량 2,000톤 확보… 싱가포르 압도하며 ‘아시아 맹주’ 노려


홍콩은 숙명의 라이벌인 싱가포르를 따돌리기 위한 구체적인 물량 공세에 나섰다.

홍콩 공항청과 금융기관들은 향후 3년 내 금 저장 용량을 2000톤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싱가포르(약 1000톤 추정)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독일의 헤레우스, 일본의 메탈러 등 세계적인 금 정제소가 홍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중국 본토 자본이 지원하는 세 번째 정제소인 ‘포인트 골드 인터내셔널’이 가동을 시작해 물류 및 정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패밀리 오피스 ‘세제 혜택’ 파격 확대… 가상자산·탄소배출권도 면제


홍콩 정부는 패밀리 오피스(초고액 자산가 가문 자산 관리 법인) 유치를 위해 제도적 장벽도 대폭 낮춘다. 크리스토퍼 후이 금융서비스부 장관은 기존 주식·채권에만 한정됐던 세금 감면 대상을 사모 신용, 금, 원자재, 탄소 배출권, 보험 연계 증권, 디지털 자산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상반기 중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투자 대상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 패밀리 오피스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조치다. 토미 옹 T.O. &Associates 전무이사는 “홍콩은 역외 위안화 가치의 물리적 금 허브로서 독보적”이라며 “위안화와 중동 통화 간 직접 거래가 활성화되면 중동 투자자들이 금과 위안 자산을 홍콩에 보관할 유인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투자 업계와 자산가들에게 주는 시사점


홍콩의 금·패밀리 오피스 허브 도약은 한국의 금융 전략과 자산 관리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동발 고유가와 전쟁 위기로 금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홍콩의 물리적 금 저장 서비스와 위안화 기반 금 거래 상품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유력한 위험 분산 수단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치우쳤던 국내 자산가들의 패밀리 오피스 설립 수요가 더 넓은 투자 기회와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홍콩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사들도 홍콩 내 PB 서비스를 강화할 시점이다.

홍콩이 가상자산과 탄소배출권까지 세금 면제 범위를 넓힘에 따라, 한국의 핀테크 및 환경 금융 기업들이 홍콩을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