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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에 세워지는 'K-방산 거점'…한화에어로, 에스토니아에 1700억 원 파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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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에 세워지는 'K-방산 거점'…한화에어로, 에스토니아에 1700억 원 파격 투자

천무·K9 수출 연계 '1억 유로' 투자 패키지 가동…탄약 공장·MRO 센터 구축
밀렘 로보틱스 등 현지 IT·로봇 강소기업과 협력…발트 3국 안보 핵심 파트너 부상
에스토니아군이 운용 중인 K9 자주포 '썬더(Thunder)'. 에스토니아는 K9에 이어 천무 다연장로켓까지 도입하며 한국산 화력 체계를 자국 방어의 핵심 보루로 삼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에스토니아군이 운용 중인 K9 자주포 '썬더(Thunder)'. 에스토니아는 K9에 이어 천무 다연장로켓까지 도입하며 한국산 화력 체계를 자국 방어의 핵심 보루로 삼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민국 방산의 선두 주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유럽 안보의 최전선 에스토니아에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며 발트해 연안의 '방산 허브' 구축에 나선다. 한화는 탄약 생산 공장 건설과 유지·보수·정비(MRO) 센터 설립을 포함한 총 1억 유로(약 1700억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다.

7일(현지 시각) 에스토니아 국영 방송 ERR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개발(R&D)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경제 효과는 최대 2억6000만 유로(약 4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무 도입 조건 '기술 이전' 이행…"건조한 투자가 아닌 지식의 전수"


한노 페브쿠르(Hanno Pevkur)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이번 투자가 다연장로켓(MLRS) '천무' 도입 계약의 핵심 조건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오래된 기술에 투자하는 '건조한'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유입되기를 원했다"며 "한화는 에스토니아에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 패키지의 핵심은 에스토니아의 국방 자립도를 높이고 현지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탄약 생산 부문에서는 약 2500만 유로(약 430억 원)를 투입하여 연간 30만 발 이상의 40mm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건립한다. 이 시설은 현지 파트너사와 공동 운영 방식으로 관리되어 에스토니아의 탄약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유지보수 분야에서는 에스토니아군이 운용 중인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을 현지에서 직접 유지·보수 및 정비(MRO)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외부 의존 없이 장비를 상시 가동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군수 지원 역량을 에스토니아 측에 전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교육 및 공급 체계 강화를 위해 에스토니아군에 특화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며, 장비 기동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과 주요 구성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IT·로봇 강소기업과 '미래전' 공조…함정 수주전에도 청신호


한화의 행보는 전통적인 화력 무기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무인 체계 등 미래전 분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강점인 IT 및 로보틱스 기술을 자사 무기 체계에 녹여내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이미 2025년 9월부터 에스토니아 IT 기업 노탈(Nortal), 센서스 Q(Sensus Q)와 전장 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또한 2026년 2월에는 프랑켄부르크 테크놀로지스(Frankenburg Technologies)와 40mm 탄약 기반의 무인 안티드론 시스템을, 마르둑 테크놀로지스(Marduk Technologies)와는 보병전투차(IFV) 통합형 광학 드론 탐지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적인 무인 지상 차량(UGV) 기업인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와는 중형 궤도형 무인 플랫폼의 공동 개발 및 수출을 위해 손을 잡았다.

'K-방산'의 진화, 무기 판매국에서 '안보 생태계 조성자'로

한화의 이번 투자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 방산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안보 공동체' 의식의 심화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 국가다. 이곳에 탄약 공장과 MRO 센터를 짓는다는 것은 한국 방산이 에스토니아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 인프라'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향후 에스토니아 해군 현대화 사업 등 추가 수주전에서도 한화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둘째, 유럽 현지 MRO 허브 선점이다. 에스토니아뿐만 아니라 인근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다수의 나토(NATO) 국가가 K9 자주포와 천무를 운용 중이다. 에스토니아에 구축될 정비 역량은 향후 발트 3국과 북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K-방산 서비스 허브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기술 융합을 통한 시너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스토니아 IT·로봇 기술을 한국의 하드웨어에 결합함으로써, 한화는 나토 표준에 최적화된 첨단 무기 체계를 역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향후 유럽 시장 전체를 공략할 때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될 것이다.

한화의 1700억 원 투자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유럽 안보의 심장부에 박는 '전략적 쐐기'다. 대한민국 방산이 무기를 파는 단계를 넘어, 우방국의 국방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도약하고 있음을 이번 에스토니아 투자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