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빅테크 대전환] 엔비디아·메타 3개월 새 6%대 추락… 금값은 26% 치솟았다

글로벌이코노믹

[빅테크 대전환] 엔비디아·메타 3개월 새 6%대 추락… 금값은 26% 치솟았다

S&P 500 시총 30% 차지하던 매그니피센트7의 균열… AI 버블론·중동 리스크에 투자 대이동
"올해는 빅테크 독주 시대의 종언"… 분산투자·가치주·원자재로 자금 대탈출 가속
2026년 벽두, 세계 자본의 나침반이 방향을 바꿨다. 지난 3년간 증시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이 일제히 꺾이는 동안, 투자자들은 금·원유·소재주라는 전통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벽두, 세계 자본의 나침반이 방향을 바꿨다. 지난 3년간 증시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이 일제히 꺾이는 동안, 투자자들은 금·원유·소재주라는 전통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벽두, 세계 자본의 나침반이 방향을 바꿨다. 지난 3년간 증시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이 일제히 꺾이는 동안, 투자자들은 금·원유·소재주라는 전통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이 전환의 진앙은 미국이지만, 충격파는 태평양을 건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미국 빅테크에 반도체를 공급해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핵심 고객사들의 투자 심리 냉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주요 자산 수익률 비교 (2026년 3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배런스(Barron's), 디파이언스(Defiance) ETF, 시러스 리서치(Syrus Research)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자산 수익률 비교 (2026년 3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배런스(Barron's), 디파이언스(Defiance) ETF, 시러스 리서치(Syrus Research)

10년 독주 끝낸 '7인방'… 지수는 마이너스, 금은 플러스 26%


배런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AI에 대한 과잉 낙관론이 걷히고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투자 자금이 기술주에서 실물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 7)'은 S&P 500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미국 증시를 좌우해 왔다. 이들은 2023년 한 해 76%, 2024년 47.5%라는 경이로운 집단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간 Mag 7 전체 지수는 6.5% 하락했고, 연초 대비 기준으로는 낙폭이 7.2%로 더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금값은 26% 이상 상승했다. 에너지와 소재 섹터 역시 2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술주가 비워둔 자리를 채웠다. AI 수혜주로 분류되던 일부 종목과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같은 기간 20% 이상 하락하며 대조적 흐름을 보였다.

AI가 되레 빅테크의 '해자'를 허물다… 잉여현금흐름 급감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한 고평가 논란을 넘어선다. AI가 오히려 빅테크의 경쟁 우위를 잠식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BCA 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2026년 설비투자(capex)가 6700억 달러(약 99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2400억 달러) 대비 약 3배에 가까운 폭발적 확대 규모다. 베레진 전략가는 "이 과도한 투자 탓에 잉여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있으며, 오라클 같은 기업은 이미 마이너스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구조적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베레진 전략가는 "AI 확산으로 코딩이 일반화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이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누려온 규모의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셰어즈 확장형 기술·소프트웨어(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ETF는 2025년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하며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수치로 보여줬다.

이 흐름은 한국 IT 산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 혹은 투자 회수 국면은 이들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주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테크의 투자 증가가 계속되는 동안 메모리 수요도 유지되겠지만, 투자 기조가 꺾이는 순간 국내 반도체 수출에도 하방 압력이 전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보다 호르무즈 해협"… 지정학 리스크가 자금 이동 가속


시러스 리서치의 사티아 프라드후만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보고서에서 "이란 공격의 파장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며 "가치주와 실물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중동 긴장 고조 이전부터 시작된 흐름이었고, 지정학 리스크가 그 속도를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고평가 성장주에 대한 투심 억제 요인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 경제는 중동 불안이 고조될 때마다 원유 수입 비용 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아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운신 폭을 좁히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약 19만 2600원)를 웃돌며 코스피를 2200선대까지 밀어 내린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평균 회귀'의 신호탄… 소수 종목 독주 시대의 종언


전문가들은 이번 기류 변화를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디파이언스(Defiance) ETF의 실비아 자블론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는 매그니피센트7이 시장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오는 해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Mag 7이라는 7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을 담은 'Defiance Large Cap ex-Mag7' ETF는 연초 대비 1.89% 상승하며 Mag 7 지수(-7.2%)를 압도했다. 모든 종목에 동일 비중을 부여하는 '인베스코 S&P 500 동일가중(Invesco S&P 500 Equal Weight)' ETF 역시 연초 대비 5.1% 올라 선전 중이다. 특정 소수 종목에 집중하지 않는 분산 전략이 변동성 장세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1960년대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블루칩 독주,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를 돌이켜보면, 시장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소수 종목의 시대는 언제나 '평균 회귀'라는 중력을 이기지 못했다. 당장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나스닥 추종 ETF나 특정 AI 테마 펀드의 비중을 점검하고, 에너지·소재·국내 가치주 등 분산 편입 여부를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유전과 금맥이라는 물리적 현실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 다시 한번 새겨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