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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 'K-로봇' 패권 전쟁 본격 참전…공급망 국산화율 40% 한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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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 'K-로봇' 패권 전쟁 본격 참전…공급망 국산화율 40% 한계 넘을까

현대차 본사 로봇 3종 실전 배치, '인수합병+자체 개발' 투트랙 전략 현실화
정부 3조 원 투자·20조 원 시장 목표…K-휴머노이드 동맹 출범
中 국산화율 60% vs 韓 40%…핵심 부품 자립이 생존 과제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투입되는 로봇 3종인 달이 가드너, 달이 딜리버리, 보안용 스팟.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투입되는 로봇 3종인 달이 가드너, 달이 딜리버리, 보안용 스팟.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국내 산업계의 당면 과제로 부각된 가운데, 국내 완성차 및 전자 업계가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을 결합한 첨단 로봇을 실제 업무 환경에 전격 도입하며 산업 생태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 조경·배송·보안 로봇 3종을 동시 배치하고,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앞세워 자체 공정에 인간형 로봇 투입을 준비하면서 한국 로봇산업이 '실현 가능성 검증'에서 '실용화'로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중국 자동차·로봇 전문 매체 가스구(Gasgoo)가 지난 현지시각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리모델링을 완료한 서울 본사에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그리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전격 투입했다.

양재 사옥을 '실증 무대'로…현대차, 3중 전략 드릴 가동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 본사를 로봇 검증 거점으로 활용한 것은 치밀하게 설계된 전략적 선택이다. 달이 가드너는 사옥 내 화단 물주기와 가지치기를 전담하고, 달이 딜리버리는 사내 카페와 사무실을 오가며 음료를 운반한다.

보안 순찰을 맡은 스팟은 야간 및 사각지대 감시 업무에 투입됐다. 세 로봇이 각각 조경, 사내 배달, 보안이라는 상업용 부동산의 전형적인 서비스 시나리오를 분담하며 실제 환경에서의 협업 효율을 동시에 검증하는 구조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 두 로봇 시스템의 출신이 다르다는 점이다. 스팟은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법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동작 제어와 4족 보행 기술을 대표한다.

반면 달이 시리즈는 국내 자체 로봇 연구소의 산물로, 특정 시나리오별 서비스 상품화에 초점을 맞춘다. 두 시스템을 같은 공간에서 교차 운용함으로써 현대차는 다중 로봇 제어 시스템과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인수합병(M&A)+자체 R&D'라는 이중 트랙 전략이 통합 단계에 진입했음을 실증했다는 평가다.

달이 딜리버리는 본사 배치 이전에도 서울 도심에서 식음료 및 택배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 배송 실증을 완료한 바 있다.

정부 'K-휴머노이드 동맹' 선언…3조 원 투자·100만 대 보급 청사진

현대차의 행보는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 드라이브와 궤를 같이한다. 산업통상부는 2023년 2030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로봇 시장을 2021년 5조 6천억 원에서 2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각 분야에 로봇 10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어 2025년 4월에는 국산 로봇 전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목표로 'K-휴머노이드 로봇 동맹'을 출범시켰다. 같은 해 8월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AI 대전환' 계획을 통해 5년 내 범용 인간형 로봇을 제조·물류 현장에 투입하고,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술 3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구현 지능 분야에서 ▲물류·비상대응 등 범용 기술 개발 ▲조선·자동차·정밀제조 분야의 자율화 수준 제고 ▲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세 가지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한국군이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와 전방 지역 로봇 배치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로봇 활용 범위가 상업에서 국방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현대차·삼성 투트랙 vs 강소기업 생태계…수직 계열화 가속


한국 로봇산업의 선봉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라는 두 거인이 서 있다. 현대차는 CES 2026에서 2028년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양산 라인 투입, 2030년 연 3만 대 생산, 미국 내 로봇 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 경영권을 확보하고, '미래로봇추진팀'과 이노엑스랩(InnoX Lab)을 설립해 핵심 휴머노이드 기술 자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 강점은 '자체 개발-자체 배치' 모델이다. 반도체 웨이퍼 팹과 가전 조립 라인을 내부 실증 무대로 삼아 R&D와 응용이 효율적인 순환 고리를 이루며, 세계 최대 잠재 수요자로서 내수 시장을 자체 확보한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대기업 외에도 로봇 말단장치(엔드이펙터) 전문기업 테솔로, 자율 배달 로봇 전문 뉴빌리티 등 강소 중소기업들이 생태계의 한 축을 빠르게 담당하고 있다.

부품·소재 측면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시스템 통합 역량과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기술이 완성 시스템 구현을 뒷받침한다. 로봇산업 성장은 구동계·감속기·센서 등 정밀부품 수요 확대로 이어져 국내 기계·전자 부품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국산화율 40% vs 中 60%…핵심 부품 자립이 최대 변수


업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최대 과제는 공급망 자립도다. 한국산업연구원 (KIET)이 올해 초 발표한 '한중 첨단산업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약 40%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반면 중국 로봇 업계는 감속기, 모터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을 빠르게 내재화하며 2025년 기준 국산화율 60%를 돌파했다.

KIET는 반도체를 제외한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에서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생산 인프라 부문에서 한국에 앞서는 경쟁력 우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연구원들은 국내 대기업이 배터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및 부품 계열사(현대모비스)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정밀 제어용 감속기와 센서류의 상당수를 여전히 일본·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핵심 공급망 자립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산업 전문가들은 로봇 공급망 내재화율 제고가 삼성SDI·LG이노텍·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 보급 확대는 물류·서비스·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앞당겨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소비자 물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초기 도입 비용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서비스직 고용 구조 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증 이후가 진짜 시작…2028·2030 타임라인이 분수령


현대차 본사 배치가 업계에 던지는 신호는 명확하다. 서비스 로봇 상용화는 기술 시연의 화려함과 달리, 실제 환경에서 안정성·비용·사용자 수용성이라는 삼중 장벽을 넘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그 첫 입을 떼면서 국내 공급망 전반의 신뢰와 후속 행동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기업이 선제 투자에 나설수록 협력사와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의지와 투자도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스팟과 달이 시리즈가 장기 운영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직원들이 로봇이 배달하는 커피를 자연스럽게 수용할지, 유지보수 비용이 경제적으로 감내 가능한 수준인지는 시간이 검증할 것이다.

현대차는 2028년 아틀라스 양산 라인 투입, 2030년 연 3만 대 생산이라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예고한 만큼, 향후 2∼3년이 한국 로봇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할 결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상업·국방을 아우르는 수요 확대와 공급망 국산화율 제고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때 비로소 한국이 '로봇 강국' 청사진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