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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방위산업' 전격 진출 선언… 12억 달러 손실에 군수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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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방위산업' 전격 진출 선언… 12억 달러 손실에 군수 시장 정조준

유럽 안보 위기 속 유휴 공장 군수 전환… 자동차 강국의 '비즈니스 모델' 전면 재편
폭스바겐 이어 벤츠까지 방산 가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한·독 방산 경쟁 격화 예고
독일의 군수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군수 공장.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유럽 대륙의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세계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군용 장비와 방위산업 부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올라 켈레니우스(Ola Källenius)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유럽의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성 확보를 전제로 방위산업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처지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전동화 전환 지연과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실적 압박을 받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방위산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독 실적 악화 메르세데스-벤츠, 방산에서 돌파구 찾는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방위산업 진출을 저울질하는 배경에는 가혹한 실적 부진과 글로벌 무역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미국 관세 비용으로만 12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지출을 기록했으며, 이 여파로 연간 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경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고성능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자, 남아도는 생산 설비를 군수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이다.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는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변했으며 유럽이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라며 "자동차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고품질 정밀기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방산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에 그치겠지만, 수익성을 보장하는 핵심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는 처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지난 2021년 대형 군용 트럭을 생산하는 트럭 부문을 분할해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클래스의 군용 모델을 세계 군대에 납품해 온 경험을 갖추고 있다.

폭스바겐·Rheinmetall 합세… 독일 제조업 '군수기지화' 급물살

독일 자동차 업계의 방산 진출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 역시 가동을 멈춘 유휴 공장 역할을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 방산 기업들과 손잡고 오는 2027년 생산을 목표로 '아이언 돔(Iron Dome)' 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핵심 부품 제조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독일의 전통적인 대형 군수 기업인 라인메탈(Rheinmetall)도 네덜란드 기술 기업과 연내 크루즈 미사일 공동 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도이치텔레콤과 협력해 국가 기간시설 방어를 위한 드론 차단막 개발에 착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및 포드와 연쇄 회동을 갖고, 우크라이나와 이란 등 국제 분쟁으로 바닥을 드러낸 동맹국의 탄약 보급을 위해 이들 자동차 공장의 인력과 제조 설비를 동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형 방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대형 암초 부상


독일 자동차 대기업들의 방산 전격 가세는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급격히 지분을 넓히던 한국 방산 기업들에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안보연구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이 우수한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해 왔으나, 제조업 경쟁력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독일 완성차 업계가 고도의 정밀 대량 생산 시스템을 무기로 군수물자 양산에 돌입할 경우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KIET) 방위산업연구실 관계자는 최근 세미나에서 "독일 제조업의 군수 전환은 단기적으로 체급이 다른 대량 생산 경쟁자가 등장함을 뜻한다"라며 "국내 방산 업계는 단순한 무기 체계 수출을 넘어, 유럽 현지 자동차 공급망과의 기술 융합과 공동 개발 등 전략적 협력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