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해협의 경고... '150달러 유가'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3가지 질문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해협의 경고... '150달러 유가'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3가지 질문

FT "최악 시나리오 시 세계 석유 수출 9% 증발"... 공급망 마비에 따른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확산
하르그섬 파괴 및 해협 봉쇄 시 유가 배럴당 150달러 돌파, 천연가스 120유로 상회 전망
산유국(GCC) 성장률 -10% 폭락...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 실질 소득 급감 위기
중앙은행의 '2차 파급효과' 차단 주력... "에너지 복원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전운이 세계 경제를 '에너지 대란'이라는 단일 경로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전운이 세계 경제를 '에너지 대란'이라는 단일 경로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전운이 세계 경제를 '에너지 대란'이라는 단일 경로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2026년 글로벌 경기의 향방은 백악관의 정치적 결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지속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이번 분쟁이 단순한 지역적 갈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메가 쇼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보도는 거시경제 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시나리오별 파급 효과 분석을 근거로 삼았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느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기 휴전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이란 혁명수비대의 '결사항전' 의지가 충돌하며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중동 분쟁 시나리오별 에너지 충격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분쟁 시나리오별 에너지 충격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최악 시나리오, 배럴당 150달러 시대의 재림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분쟁의 전개 양상을 세 가지 경로로 해체하여 데이터화했다. 특히 시장이 정조준하는 지점은 이란의 핵심 에너지 거점인 하르그섬(Kharg Island) 인프라가 파괴되는 '3 시나리오'.

하르그섬은 하루 최대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터미널 중 하나로, 대형 유조선(VLCC)이 정박할 수 있는 10개의 선석을 갖춘 T자형 제티(Jetty)와 섬 서쪽의 심해 접안 시설(Sea Island)을 보유하고 있다. 2800~ 3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저장 탱크 4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하르그섬 등 수출 시설이 직접 타격받을 경우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222000), 유럽 천연가스(TTF)는 메가와트시(MWh)120유로(2048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공급 충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2027년까지 고물가 기조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아시아 경제 엔진 멈출 수도"


에너지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물리적으로 차단될 경우, 그 충격은 중동을 넘어 아시아 제조 강국들로 전이된다. 시나리오 분석상 장기전 발생 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은 -10% 수준으로 추락한다.

문제는 한국, 중국, 인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세계 전체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주저앉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생산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다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70년대와 비교해 현재 산업의 석유 집약도가 낮아졌고 중앙은행의 학습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짚었다.

에너지 안보의 뉴 노멀... '화석연료 의존'이 곧 리스크


이번 위기는 각국 정부에 "에너지 복원력이 곧 국가안보"라는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FT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세 가지 대응 지침을 제시했다.

첫째는 재생에너지 가속화다.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는 통화정책의 정밀 타격이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상으로 전이되는 '2차 파급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선제적 금리 관리가 필수적이다.

셋째는 재정 지원의 선택과 집중이다. 보편적 에너지 지원금은 재정 악화를 초래하므로, 고에너지 가가 등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미국이 충동적으로 시작했던 전쟁들이 예외 없이 장기적인 경제 재앙으로 귀결됐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은 역설적으로 화석연료 체제와의 고통스러운 작별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