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900만 배럴 에너지 대동맥, 97% 막혀…JP모건 "1200만 배럴 공급 차질"
유가 82달러에도 한국 국내총생산(GDP) 0.45%P 추락…씨티 추산, 100달러 넘은 지금은 더 가파르다
조기 종전 22%, 상반기 해결 59%…"배럴당 200달러" 비관론도 20~30%
유가 82달러에도 한국 국내총생산(GDP) 0.45%P 추락…씨티 추산, 100달러 넘은 지금은 더 가파르다
조기 종전 22%, 상반기 해결 59%…"배럴당 200달러" 비관론도 20~30%
이미지 확대보기이란이 미군의 하르그섬 정밀 타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지 일주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900원)를 넘어서며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 경고등이 켜졌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5분의 1을 책임지는 이 해협의 일일 통과 물량이 평시 1900만 배럴에서 60만 배럴로 97% 막혔다며 '공급 진공' 사태를 경고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한국은 206~208일치 비축유 방패로 단기를 버티고 있으나, 사태가 봄철을 넘길 경우 정유·석유화학에서 제조업 전반으로 원가 충격이 번질 수 있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숫자로 보는 충격의 크기, "2008년 최고가 147달러도 뚫린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에 버금가는 물량이 시장에서 한꺼번에 빠졌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주말까지 원유 공급 차질이 하루 12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며, 원유에 국한하지 않고 디젤·항공유·액화석유가스(LPG)·나프타 등 정제 제품 전반에 걸친 품귀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제 제품 부족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업 생산원가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충격파가 된다.
RBC캐피털마켓은 이번 사태의 파급력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기록된 배럴당 128달러(약 19만1800원)는 물론, 2008년 역대 최고가 147달러(약 22만 원)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고 봤다. RBC글로벌 원자재 전략을 총괄하는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가는 "미·이란 갈등이 봄철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유가 상단 전망치를 올려 잡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3일 갤런당 3.63달러(약 5440원)를 기록하며 13일 연속 올랐다. 시장에서는 갤런당 4달러(약 5990원) 돌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12일 "미국·이스라엘과의 협상력을 확보할 때까지 해협을 계속 닫겠다"고 천명하며, 국제 사회를 향해 '배럴당 200달러(약 29만9800원) 시대'를 준비하라는 경고까지 공식화했다. 제임스 크레인 라이스대학교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호르무즈 봉쇄는 석유 시장의 재앙을 뜻한다"며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만의 이중 취약성, 중동 의존 70% + 원화 약세의 협공
씨티(Citi) 보고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2달러(약 12만2900원) 수준에 머물러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5%포인트 낮아진다고 추정했다. 유가가 이미 100달러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는 실제 낙폭이 이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회복이라는 호재가 있어도 고유가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작동하면 실질 교역 이익이 상당 부분 깎인다"며 "에너지 비용 증가가 수출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세계 6위 규모인 약 1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쌓아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의 최신 집계에서 정부·민간 전체 비축유는 206~208일분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그러나 이 비축유가 사태 장기화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데 업계는 입을 모은다. 물가 억제를 위해 정부가 검토하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오히려 정유사 공급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역설적 우려도 나온다.
월가 3대 시나리오, "종전 신호 세 가지를 보라"
예측 시장 폴리마켓(Polymarket)과 주요 투자은행(IB) 분석을 종합하면 전문가들의 전망은 세 갈래로 엇갈린다.
먼저 낙관적 시나리오(20~30%)다. 웰스파고(Wells Fargo) 투자연구소의 폴 크리스토퍼 전략 총괄은 이번 사태를 "공급이 아닌 변동성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수주 내 해결을 내다봤다. 폴리마켓 자료에서 지난 13일 기준 '3월 31일 이전 휴전' 확률은 22%였다. 이 경우 유가는 70달러대로 급락하고 증시는 V자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립적 시나리오(40~50%)다. 월가에서 가장 지배적인 시나리오다. 씨킹알파(Seeking Alpha)가 인용한 데이터에서 '6월 30일 이전 휴전' 확률은 59%에 이른다. 미 해군의 호위 아래 일부 유조선 통행이 재개되고 G7이 비축유를 대거 방출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미루되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충격을 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끝으로 비관적 시나리오(20~30%)다. RBC캐피털의 크로프트 전략가는 이란이 해협을 6개월 이상 닫을 경우 세계 경제가 전면적인 경기 침체에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협상 거부 태도가 이어지는 한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이 꼽는 종전(終戰) 신호는 세 가지다. 첫째, 미 해군 유조선 호송 작전 성공 여부다. 골드만삭스는 통과 물량이 하루 500만 배럴 이상으로 회복되면 유가가 즉시 9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둘째, G7 비축유의 시장 유입 속도다. 물리적 공급 부족이 상쇄되는 신호가 포착되면 투기적 수요가 빠지며 급등세가 꺾인다는 분석이다. 셋째, 이란 내부의 외화 고갈 시점이다. 웰스파고는 이란의 외화 보유고가 앞으로 4~8주 안에 바닥날 경우 이란이 중국·유럽을 통해 협상 테이블로 나올 확률을 20~30%로 추산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2차 오일쇼크는 각각 10년 단위의 경기 침체를 남겼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고금리·고부채라는 추가 취약성을 안은 채 이 충격을 맞고 있다. 한국은 비축유 200일치 방패로 단기를 버티는 동안 중동 의존도를 낮출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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