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5% 폭등·두바이 금융허브 붕괴·러시아 제재 역전… 트럼프 '2주 승전보' 난제 봉착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과의 전쟁이 2주째를 맞은 가운데, 군사적 열세에 내몰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민간 경제 인프라 정밀 타격이라는 '경제 전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승리를 자신하고 있으나,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440㎏과 글로벌 물류 마비 능력이 조기 종전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군사력 무력화에도 이란 '에너지·핵' 카드로 버티기
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2주 만에 이란 해군력을 대부분 무력화하고 미사일 비축량과 지도부를 제거하며 당초 설정한 군사 목표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란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고 선박을 공격하는 '비대칭 전술'로 응수하고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예의 주시하는 것은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40.9㎏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25년 6월 미군의 핵시설 공습 직전 파악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물질이 추가 농축을 거치면 핵무기 약 10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한다고 평가한다. 공습으로 가스 용기들이 잔해 아래 매몰된 이후 이 물질들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란 기술진이 이를 방사성 오염 물질을 확산시키는 이른바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멀로니 부소장은 "군사적 목표 달성에 성공했더라도 이란이 전쟁 종료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고 핵 능력을 유지하는 한 이번 전쟁은 전략적 참사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솟는 유가·물가에 미국, 러시아 제재 중단 승부수
전쟁의 충격파는 미국 내부 경제를 즉각 강타했다. 개전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25% 급등했으며, 비료 생산 비용 상승으로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지표 악화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부담이다.
미국은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비축유 4억 배럴 방출을 결정했다. 미국 몫만 1억 7200만 배럴에 달한다. 더욱 파격적인 조치는 13일 단행된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재의 일시 중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압박하던 기존 정책 기조를 뒤집은 이 결정은 에너지 가격 억제를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보태주는 격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비축유 방출과 러시아산 원유 제재 해제를 동시에 꺼내든 것은 미국이 공급 측면에서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를 사실상 소진했다는 신호"라며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현 수준을 훨씬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금융허브 '안전 신화' 붕괴… 두바이·카타르 직격
이란의 보복 화살은 인근 국가들의 민간 경제 인프라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직후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아마존 데이터센터를 타격한 이란은 13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인근을 드론으로 재차 공격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개전 이후 이란이 UAE를 향해 발사한 드론은 1600대, 미사일은 300발을 넘어선다.
'중동의 안전 대피소'로 불리며 글로벌 자금을 흡인해 온 두바이와 카타르의 위상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은 직원들에게 원격근무를 지시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홍콩 등 대체 거점으로 자금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컬럼비아대학교 리처드 네퓨 교수는 "중동에서 사업할 때 사실상 제로(0)에 가깝던 '위험 프리미엄'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완전히 재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금융가에서도 중동 익스포저(노출 위험)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 건설·플랜트 업계는 UAE와 카타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서, 현지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공기 지연과 대금 회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출구 전략 앞에 선 트럼프… '승리 선언'과 '출구 없는 늪'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권 확보를 위해 일본에 주둔하던 해병 원정군 2200명과 함정 3척을 추가 배치했다.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카르그섬(Kharg Island) 점령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직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인 댄 샤피로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이란이 일방적인 휴전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정권 교체 같은 무리한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점진적 긴장 완화의 경로를 찾는 것이 미국에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이 전쟁이 던지는 메시지는 군사적 결과를 넘어선다. 저비용 고효율의 글로벌 공급망 시대는 저물고, 지정학적 충격을 일상으로 관리해야 하는 '영구적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 경제가 수십 년간 당연시해온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지금,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는 중장기 과제가 아닌 당면 현안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결국 우리 산업 현장 깊숙이 연결돼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