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ETF, S&P500 수익률 3배 이상 압도…'AI 슈퍼사이클'이 보조금 의존 딜레마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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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수익률이 말한다…TAN 65%·FAN 55%, S&P500(19%) '압도'
미국 금융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인베스코 태양광 ETF(티커: TAN)는 최근 1년간 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풍력 에너지 ETF(FAN)도 같은 기간 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대형주 지수의 수익률이 19%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ETF의 성과는 시장 평균을 3.4배 초과한 셈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 수익률이 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우선 정책과 풍력 발전에 대한 반복적인 공세 속에서 달성됐다는 점이다. 퍼스트 트러스트의 라이언 이사카이넨 ETF 전략가는 "대통령이 풍력을 비판한다는 뉴스만 보고 겁먹은 투자자들이 실적은 외면한 채 자금을 뺐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 2억3200만 달러(약 3455억 원) 규모의 FAN 펀드에서 최근 8300만 달러(약 1236억 원)의 환매가 쏟아졌다. 수익은 오르는데 자금은 빠지는 '비이성적 이탈'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을 뒤집은 변수, 원전도 가스도 아닌 '태양광의 속도'
이번 랠리를 이끈 핵심 변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이다. 캘버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매든 전무이사는 "현재 에너지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의 상당 부분은 AI 데이터센터에서 비롯된다"면서 "원자력 발전소나 가스 파이프라인 같은 전통 에너지 인프라는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태양광 패널은 전력망에 훨씬 빠르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선 공급망 논리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연산에 필요한 전력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허가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이나 새로운 가스 배관망 대신 수개월 내 설치 가능한 태양광이 '현실과 맞는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순수 재생 집착' 버려야…포트폴리오 재편의 승자
전문가들은 이번 강세장의 진짜 수혜주가 태양광 패널 제조사나 풍력터빈 업체가 아니라는 데 주목한다. TCW 트랜스폼 시스템스의 수석 펀드매니저 엘리 호튼은 "지난 몇 년간 많은 펀드들이 정부 보조금 없이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순수 청정기술'에만 집착해 수익 기회를 날렸다"고 꼬집었다.
호튼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는 2022년 2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111%를 기록해 같은 기간 S&P500(65%)을 46%포인트 앞질렀다. 그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면, 태양광업체인 퍼스트솔라(First Solar)의 비중은 2% 미만에 그친 반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항공기 엔진과 풍력터빈용 엔진을 제조하는 GE 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보유 종목으로 자리했다.
캘버트 리서치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용 특수 유리를 공급하는 코닝(Corning),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 유미코어(Umicore) 등 에너지 전환 공급망 전반으로 투자 대상을 확장해 변동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매든 전무이사는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 합계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10% 수준으로 제한하는 분산투자 구조가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리쇼어링이 부른 국내 전력 수요…재생에너지의 역설적 수혜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될수록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은 되레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제조업의 본국 회귀(리쇼어링)가 확산될수록 각국이 자국 내에서 조달해야 하는 전력의 절대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발전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태양광과 풍력은 이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국내 에너지업계 관계자도 이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전력 인프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증설 이슈가 국내 수요로도 연결되면서 변압기·전력망 설비업체들의 수주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도 LS에코에너지·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인프라 연관 종목이 편입된 ETF들이 단순 태양광 테마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ETF, 글로벌 훈풍 타고 강세…변동성은 변수
국내 시장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TIGER 재생에너지', 'KODEX K-재생에너지액티브' 등 주요 국내 ETF의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139~184%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ETF 시장은 미국보다 금리 변동과 정부 보조금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라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순 발전 테마 상품보다 전력망 효율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이 중장기적으로 변동성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추구하기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전환, 정치가 막을 수 없는 이유"
재생에너지 투자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보조금이 들어오면 사고, 정책이 바뀌면 파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의 에너지 전환 수요는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민간 수요처'가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튼 매니저의 말은 이 변화를 압축한다. "에너지 전환은 향후 수십 년간 세계경제가 직면할 가장 큰 구조 변화"라면서 "보조금에 기댄 기업이 아니라 전력망과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실질 매출을 내는 기업이 이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의 발언보다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 청구서가 더 강한 투자 신호가 되는 시대, 그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