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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신소재] IIT 개발 '방사선 방패' 시멘트, SMR 시대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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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신소재] IIT 개발 '방사선 방패' 시멘트, SMR 시대 판도 흔든다

두께 대폭 줄여 감마선·중성자 동시 봉쇄…붕소·납·비스무트·텅스텐 산화물 4종 복합 배합으로 차폐 한계 돌파
원전·의료·폐기물 저장 3대 시장 동시 공략
원전 안전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방사선 차폐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신소재가 인도에서 등장했다. 감마선과 중성자를 동시에 막으면서도 구조물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이 시멘트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원전 건설 비용 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원자력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원전 안전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방사선 차폐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신소재가 인도에서 등장했다. 감마선과 중성자를 동시에 막으면서도 구조물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이 시멘트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원전 건설 비용 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원자력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건설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원전 안전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방사선 차폐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신소재가 인도에서 등장했다. 감마선과 중성자를 동시에 막으면서도 구조물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이 시멘트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원전 건설 비용 구조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원자력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첨가 성분에 따른 방사선 차폐 특성.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첨가 성분에 따른 방사선 차폐 특성.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기존 콘크리트의 '치명적 빈틈' 파고들다


인도공과대학교(IIT) 구와하티 흐리시케시 샤르마(Hrishikesh Sharma) 교수 연구팀은 기존 시멘트 모르타르에 붕소 산화물·납 산화물·비스무트 산화물·텅스텐 산화물 등 4종의 특수 미세입자를 최적 비율로 배합한 신형 방사선 차폐 시멘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경제 전문 매체 카페에프(CafeF)의 지난 16(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지금까지 원전 건설에 쓰이는 일반 콘크리트는 감마선 차단에는 강하지만 중성자 차단 성능이 현저히 낮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중성자는 물질 투과력이 강해 일반 콘크리트를 뚫고 지나가는 탓에 차폐 성능을 높이려면 벽체 두께를 무한정 늘려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었다.
샤르마 교수는 "원자력 인프라의 안전성은 방사능 환경에서 피복 재료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이번에 개발한 미세입자 강화 시멘트 모르타르는 구조적 강도와 차폐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시험 결과, 이 신형 모르타르는 배합 후 28일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높은 기계적 하중을 견디는 구조적 강도를 유지했다. 특히 감마선과 중성자가 혼재하는 복합 방사선 환경에서 기존 자재보다 훨씬 얇은 두께로도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차폐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4종 미세입자, 역할 분담으로 '이중 잠금' 구현


이번 기술의 핵심은 각 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활용한 '역할 분담' 배합 설계에 있다.

원자력공학 분야 전문가들은 "이 배합 방식은 단일 성분으로는 불가능했던 감마선·중성자 동시 차단을 얇은 벽체 두께에서도 실현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며 "특히 비스무트 산화물이 독성 물질인 납의 역할을 일부 대체함으로써 시공 안전성도 높였다"고 평가한다. 업계에서는 이 배합 비율의 최적화 알고리즘 자체가 향후 강력한 특허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MR·의료·폐기물 저장…3대 시장의 '공통 숙제' 해결사

IIT 연구팀이 상업화 목표로 삼은 시장은 크게 세 갈래다.

첫 번째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시장이다. SMR은 도심 인근이나 면적이 제한된 부지에 설치하는 특성상 차폐 벽체의 두께를 줄이는 것이 건설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미국 뉴스케일파워, 영국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이 독자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역시 경량·고효율 차폐 자재 수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i-SMR 설계 단계에서 차폐 자재 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 중 하나이며 이 같은 외부 기술 개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는 방사선 의료 시설이다. 암 치료에 활용하는 선형가속기(LINAC) 및 양성자 치료 시설은 방사선 차폐 설계가 시설 인허가의 관문이다. 이 신형 시멘트가 적용되면 치료 시설의 벽면을 더 얇게 설계할 수 있어 도심 병원 건축 제약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핵폐기물 저장고다. 수백 년에 걸친 방사능 유출 방지가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에서 재료의 장기 내구성과 차폐 성능은 절대적 요구 조건이다. 이 신형 모르타르의 구조적 안정성은 이 분야의 만성적 난제를 해소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러 긴장"…글로벌 원전 공급망 재편 신호탄?


원자력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기술적 혁신성뿐만이 아니다. 인도의 낮은 제조 단가와 풍부한 화학 소재 산업 기반이 결합될 경우, 고성능 차폐 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현재 원전 건설 기자재 시장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러시아 로사톰(Rosatom)은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장악한 양대 축이다. 만약 인도가 이 차폐 시멘트를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글로벌 원자력 기업들과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기존 강국들이 독점해온 기자재 시장에 인도산 대안이 본격적으로 침투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IIT 연구팀은 현재 다국적 원자력 에너지 기업들과 상업화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건설 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시 품질 균일성 확보, 장기 방사선 조사(照射) 환경에서의 재료 변성 여부 검증이라는 두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술 검증의 속도전…한국 원전 재건 계획과도 맞닿다


이번 인도의 성과는 한국 원자력 정책 지형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원전 비중 확대와 SMR 수출 전략을 핵심 에너지 산업 과제로 설정한 상황에서, 방사선 차폐 신소재 분야의 글로벌 기술 경쟁은 곧 시장 주도권 경쟁으로 직결된다.

샤르마 교수는 "이 신소재는 원자력 에너지를 더 깨끗하고 안전한 전력원으로 만드는 길을 열어줄 것이며, 방사선 누출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두께를 크게 줄이면서도 방사선을 이중으로 봉쇄하는 시멘트. 실험실의 성과가 원전 건설 현장의 표준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기술 검증의 장벽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장벽을 누가 먼저 넘느냐가 탄소 중립 시대 원자력 시장의 새로운 서열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