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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가능한가... 반도체 슈퍼사이클 vs 외국인 45조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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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가능한가... 반도체 슈퍼사이클 vs 외국인 45조 매도

메모리 슈퍼사이클 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이익 경신, 외국인 지분 50% 붕괴 역설
골드만삭스 연말 7000·모건스탠리 5000 '극과 극'... HBM4 양산·반도체 관세·이란 전쟁이 하반기 코스피 결정
반도체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는 동안, 증시 주변을 맴돌던 외국 자금은 어느 틈에 문을 나섰다. 사상 최대 이익 발표가 이어지는데 주가는 제자리를 맴도는, 이 불편한 역설이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가로지르는 핵심 질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는 동안, 증시 주변을 맴돌던 외국 자금은 어느 틈에 문을 나섰다. 사상 최대 이익 발표가 이어지는데 주가는 제자리를 맴도는, 이 불편한 역설이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가로지르는 핵심 질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반도체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는 동안, 증시 주변을 맴돌던 외국 자금은 어느 틈에 문을 나섰다. 사상 최대 이익 발표가 이어지는데 주가는 제자리를 맴도는, 이 불편한 역설이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가로지르는 핵심 질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가격 폭등에 힘입어 분기마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한복판에서, 글로벌 자금은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3월 중순까지 코스피·코스닥에서 순매도된 외국인 자금은 약 45조 원.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CNBC·골드만삭스·맨그룹·트렌드포스(TrendForce) 등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 보고서를 분석하면, 같은 기간 일본에는 5조 4000억 엔(약 50조 8700억 원)이 순유입됐고, 대만에서는 하루 27억 7000만 달러(약 4조 원)의 순매수가 쏟아졌다. 이익 실현·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 충격·자본 재배치, 네 겹의 구조가 이 역설을 빚고 있다.

계엄 여파·이란 전쟁까지, 세 차례 매도 파동이 남긴 상흔


외국인 매도는 세 차례 뚜렷한 파동으로 나뉜다.

첫 파동은 2025년 1~5월이다.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트럼프 행정부의 25~26% 상호관세 충격이 겹쳤다. 이 기간 약 16조 원이 빠져나갔고, 원화는 달러당 1442원까지 밀렸다.

두 번째 파동은 2025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대규모 이익 실현이다. FX스트리트(2026년 3월 9일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한 해 274% 급등했고 삼성전자는 125% 뛰었다. 같은 해 코스피도 76% 상승해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이 커진 만큼 차익 실현 압력도 커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에만 21조 1000억 원이 유출됐고, 2월 27일 하루 7조 800억 원이 순매도 돼 역대 단일일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종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허용 한도를 넘기 시작하자, 기계적 리밸런싱 차원에서 매도가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16조 1070억 원), SK하이닉스(8조 4251억 원) 순이었다.

세 번째 충격은 올해 3월 초 이란 전쟁이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점화된 이 분쟁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석유 수출 전면 차단을 선언했고, 국제 유가는 개전 이후 40% 이상 치솟았다. 석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기대는 한국에 직격탄이었다. 블룸버그(3월 4일)와 CNBC(3월 6일)에 따르면, 코스피는 3월 3~4일 이틀 만에 18% 급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하루 9.88%, SK하이닉스가 11.50% 하락했고,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란 변수는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유가 급등은 한국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원화 약세를 심화시킨다. 업황 선행 지표가 여전히 견조하다 해도, 에너지 비용 상승이 실물 기업 마진을 잠식하면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1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며 20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일부 증권사는 "주가 매력도와 배당수익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며 저가 매수 시점에 다가왔다고 진단한다.

배당성향 19% 꼴찌, PBR 0.84배... 숫자가 드러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경기 순환을 넘어선 구조 문제가 외국인 이탈을 키운 바탕이다.

코스피의 2024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래 최저였다. 상장기업 69%가 장부가액 아래에서 거래됐다는 의미다. 학술지 사이언스다이렉트에 실린 2002~2016년 장기 연구는 한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글로벌 동종 기업보다 평균 30%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로베코가 2024년 2월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한 분석에서도, 2023년 말 MSCI 코리아 PBR 1.1배는 MSCI 대만 2.4배, MSCI 일본 1.4배에 크게 못 미쳤다.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 50%에 육박하는 배당소득세,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기업의 현금 쌓아두기를 부추긴다. 배당성향 19%는 대만(55%), 영국(48%), 미국(37%)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로베코·한국자본시장연구원). 맥킨지는 지배구조 문제 해소 시 시가총액 1000억 달러(약 149조 9000억 원) 이상이 풀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제도 측면에서는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1차 상법 개정), 8월 집중투표제 의무화(2차)에 이어, 올해 2월 25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상법 3종 세트'가 완성됐으나, 7월·9월 단계 시행을 앞두고 기업 현장에서는 적용 방식을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증권업계는 iShares MSCI Korea ETF(EWY)의 구조적 특성도 한국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는다. 삼성전자 단일 종목 비중이 25%에 근접할수록 ETF 운용 규정상 매도 압력이 자동으로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본 50조·대만 하루 4조 유입... 한국만의 현상인가


같은 정보기술(IT) 수출 강국인 일본·대만·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외국인 이탈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분명해진다.

일본은 지난해 외국인이 현물주를 약 5조 4000억 엔(약 50조 8700억 원) 순매입해, 2013년 아베노믹스 이래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맨그룹이 올해 1월 13일 도쿄증권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밝힌 수치다. 올해 2월 중순 한 주에만 1조 7800억 엔(약 16조 7700억 원)이 유입돼 2014년 11월 이래 최대였다(닛케이아시아, 2월 20일). 일본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4%에서 13%로 향하는 지배구조 혁명, 다카이치 총리의 17조 7000억 엔 경기 부양책, 일본은행의 0.75% 금리 정상화가 복합 유인으로 작용했다.

대만은 지난해 TWSE 본장에서 5995억 대만달러(약 28조 1300억 원) 순매도를 겪었으나 올해 급반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월 25일 하루 27억 7000만 달러(약 4조 원) 순매수는 2005년 12월 이래 최대였다. TSMC의 깜짝 실적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촉매였다. TSMC는 대만 증시(TAIEX) 시가총액의 40~45%를 차지하며, 외국인이 TWSE 시가총액의 47.4%를 보유하고 있다(대만증권거래소).

중국은 순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21년 3340억 달러(약 501조 1300억 원)에서 2024년 1540억 달러(약 231조 원) 유출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국내 주식·펀드 외국인 보유가 101억 달러(약 15조 1500억 원) 늘어 반전 조짐을 보였다(중국 외환관리국 SAFE, 2025년 7월). 올해 1월 말 펀드 유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EPFR).

세 나라의 사례를 한국과 겹쳐 보면 구조적 차이가 선명하다. 일본은 거버넌스 개혁이 임계점을 넘겼다. 대만은 TSMC라는 압도적 대장주가 인공지능(AI) 서사를 독점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펀더멘털이 대만에 견줄 만하지만, 지배구조 개혁은 이제 첫걸음을 뗀 단계다. 국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달러 약세·신흥국 강세 흐름이 유지되는 한 외국인이 한국을 다시 볼 요인은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 '요인'이 현실화하려면 지배구조 개혁이 제도를 넘어 기업 현장까지 스며드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2분기~4분기 시나리오... DRAM 매진·HBM4 양산이 쥔 열쇠


코스피의 남은 2026년은 AI 메모리 수요에 건 레버리지 베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를 "1990년대 호황에 버금가는 슈퍼사이클"로 규정하며, 글로벌 D램 매출 51%·낸드 매출 45% 성장을 전망했다. 올해 1분기 메모리·낸드 가격은 전 분기보다 80~90% 뛰었고, 2분기에도 20% 안팎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2월). IDC에 따르면 올해 D램 공급 증가율은 16%, 낸드는 17%에 그쳐 구조적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이 사이클의 중심축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수요가 전년보다 77% 늘어 540억~580억 달러(약 80조 9900억~86조 9900억 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를 포함한 2026년 생산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47조 2000억 원은 삼성전자(43조 6000억 원)를 추월했다(CNBC, 1월 29일).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리주니(Giuni Lee)는 SK하이닉스 목표가 135만 원,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81% 이상을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KB증권 64조 2000억 원에서 키움증권 200조 원까지 증권사 간 편차가 매우 넓다. 키움증권의 200조 원은 시장 최고치 전망으로,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는 이보다 상당히 낮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만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별도 전망했다.

코스피 전망도 극과 극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전쟁 충격 이후에도 연말 코스피 목표를 6400에서 7000으로 올렸다. 주당순이익(EPS) 130% 성장과 메모리 사이클 장기화를 근거로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기본 6500, 강세 7500, 약세 5000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인베스팅닷컴). JP모건은 기본 5000, 강세 6000을 앞서 제시했다.

분기별로는 2분기(4~6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분기 깜짝 실적이 강력한 반등 촉매가 될 수 있다. 변수는 미국 상무부의 비미국산 메모리에 최대 100%까지 부과 가능한 섹션 232 반도체 관세 조사,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연방준비제도(Fed)의 3.5~3.75% 금리 동결(올해 인하 전망 1회)이다.

3분기(7~9월)는 HBM4 양산 확대와 한미 무역협상 타결 여부가 핵심 변수다. 한국은 반도체·조선·바이오 분야 3500억 달러(약 52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4분기(10~12월)에는 연간 실적 확정과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MSCI 선진국 지수 재분류 논의가 코스피 방향을 결정할 핵심 재료로 꼽힌다(맥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50%, 이익 성장의 68%를 차지한다(맥쿼리). 지금 이 순간 메모리 생산은 올해까지 매진이고 D램 마진은 사상 최초로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2027~2028년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신규 생산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지난 12개월간 100% 랠리를 이끈 바로 그 집중도가 하락 폭을 증폭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코스피 7000은 목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이란 전쟁이 조기 수습되며, 지배구조 개혁이 투자자 신뢰를 확인시켜 줄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세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외국 자금은 또 다른 문을 찾을 것이다. 남은 2026년, 한국 증시가 넘어야 할 산이 반도체 실적만이 아닌 이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