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기업 88% 이미 AI 도입"... 소비자 접점 사라지는 '포스트 앱 시대' 가속
포레스터 "브랜드 충성도 25% 급락" 경고... 가격·속도만 따지는 알고리즘이 소비를 지배
'유틸리티 vs 경험' 이분화... 한국 유통·항공·금융권 생존 전략 시급
포레스터 "브랜드 충성도 25% 급락" 경고... 가격·속도만 따지는 알고리즘이 소비를 지배
'유틸리티 vs 경험' 이분화... 한국 유통·항공·금융권 생존 전략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베트남 경제 전문 매체 카카페(CafeF)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에서 AI 에이전트가 소비 결정권을 장악하면서 기존 브랜드 마케팅 공식이 근본부터 재편되는 이른바 '포스트 앱' 시대의 서막이 이미 올랐다고 짚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유령 중간자' 된 앱... UI는 사라지고 API만 남는다
지금까지 모든 앱과 웹사이트의 핵심 임무는 명확했다. 사용자를 화면에 최대한 오래 붙들고, 세련된 색감과 부드러운 전환 효과로 브랜드 이미지를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ChatGPT, 클로드(Claude) 등 최신 생성형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웹 구조(DOM)를 직접 읽고 작업을 자동 수행한다. 사용자가 화면을 보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기업의 88%가 하나 이상의 업무 기능에 AI를 도입했으며 62%는 AI 에이전트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5년 말까지를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으며, 실제 통합 속도는 이를 상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흐름은 기술 업계에서 오래 회자된 역설, 즉 "가장 완벽한 인터페이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명제를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AI 비서가 3초 만에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보고서를 작성·전송할 때, 사용자는 더 이상 브랜드 로고를 확인하거나 예약 화면의 디자인에 감탄하지 않는다. 앱은 배후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기능이 축소되고, 소비자는 '앱을 여는' 행위가 아닌 '목적을 달성하는' 결과에만 집중하게 된다.
'디브랜딩' 공포... AI 알고리즘에 선택받지 못하면 퇴출
브랜드 마케팅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충성도 붕괴'다. 시장 조사 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가격 실용주의가 확산되면서 브랜드 충성도가 최대 25% 하락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생성형 AI 에이전트의 폭발적 보급은 이 추세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항공권 구매다. 사용자가 AI에게 "가장 저렴한 비행기 표를 지금 예약해 줘"라고 요청하면, AI는 수십 개 항공사와 여행 플랫폼의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배제하고 오직 가격·출발 시각·소요 시간이라는 수치 데이터만을 근거로 결제를 완료한다. 고객은 e-티켓 번호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항공사를 이용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이분화... '보이지 않는 도구' vs '감성 몰입 경험'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의 부상이 소프트웨어 시장을 두 개의 뚜렷한 영역으로 갈라놓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다. 송금, 일정 관리, 데이터 입력처럼 논리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이 분야의 앱은 AI의 배후(Back-end)로 완전히 숨어들어 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으로 전환된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일상 업무 결정의 15% 이상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자동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영역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단 두 가지, '낮은 비용'과 'AI가 읽기 쉬운 데이터 구조'를 갖춘 곳뿐이다.
다음은 경험 소프트웨어다. 창의성, SNS, 엔터테인먼트처럼 인간의 감정과 직접 맞닿아야 하는 영역이다. 이 분야에서는 UI·UX 설계력과 브랜드 충성도가 여전히 생존의 핵심이다. 인간이 직접 참여하고 몰입해야 하는 경험은 AI가 완전히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인터페이스 설계 방향은 '인간이 메뉴를 학습하는 구조'에서 'AI 에이전트가 서비스를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구조'로 근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복잡한 메뉴 체계와 시각 중심 대시보드 대신, 자연어 명령을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국 기업, '알고리즘 친화 전략' 없으면 뒤처진다
이 변화는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네이버·카카오의 검색·쇼핑 플랫폼, 쿠팡·마켓컬리의 이커머스, 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서비스 모두가 AI 에이전트를 통한 소비자 접점 축소라는 동일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국내 이커머스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우회함으로써, 그간 데이터 분석팀이 수년간 축적한 사용자 행동 패턴이 한순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앱 중심으로 설계된 국내 금융·유통 플랫폼은 AI 에이전트가 직접 호출하는 개방형 API 구조로의 전환이 늦을 경우, 해외 AI 서비스에 소비자 접점을 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 지적이다.
반면 B2B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특화 콘텐츠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처리하기 어려운 전문 지식 기반 서비스나 감성 몰입형 콘텐츠 영역에서는 브랜드 신뢰도와 사용자 경험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앱 없는 시대'의 도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이제 기업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인간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를 대신해 선택을 내리는 AI 에이전트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브랜딩 대신, AI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데이터 구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AI 친화 경영'이 기업 생존의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다. 20년간 쌓아온 UI·UX 자산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음 10년의 시장 지형이 결정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