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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영업이익률 81%’ 기록… 삼성·SK 주도 HBM 판도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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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영업이익률 81%’ 기록… 삼성·SK 주도 HBM 판도 뒤흔드나

2분기 매출 238억 달러 3배 폭증… 2026년 HBM 물량 이미 ‘전량 매진’
엔비디아 ‘베라 루빈’향 HBM4 12단 양산 돌입, 기술 주권 마이크론으로 이동하나
시총 1조 달러 정조준… ‘사이클’ 굴레 벗고 AI 핵심 성장주로 체질 개선 완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가 ‘HBM 병목 현상’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97조 원)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가 ‘HBM 병목 현상’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97조 원)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연산 능력이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부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가 이러한 ‘HBM 병목현상’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97조 원) 고지를 정조준했다.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마이크론이 단순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6년까지의 HBM 생산 물량이 이미 전량 매진됐음을 공식화하며,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해온 시장 판도에 강력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이익률 81%’의 놀라움…메모리 업계 역사상 유례없는 수익성


마이크론은 최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2분기(12~2월) 실적에서 시장의 기대를 압도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196%) 폭증한 238억6000만 달러(약 35조7184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주당순이익(EPS)은 12.20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8.79달러를 38%나 웃돌았다.

주목할 지표는 수익성이다. 전분기 56%였던 매출총이익률은 한 분기 만에 74.4%로 수직 상승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다음 분기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로 매출액 335억 달러(약 50조1490억 원)와 함께 매출총이익률 81%라는 파격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 데이터센터의 엄청난 수요로 2026년까지의 HBM 공급 물량이 구속력 있는 계약을 통해 모두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요 우위 상황이 2030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앞으로 수년간 HBM 수요는 공급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메모리 업황이 수급에 따라 널뛰던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맞춤형 제품 중심의 ‘구조적 성장주’로 체질이 완전히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HBM4 12단 양산 승부수…K반도체 턱밑까지 쫓아온 기술력


기술 경쟁의 중심추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부터 HBM4 12단(36GB) 제품의 대량 출하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핵심 부품이다. 아울러 마이크론은 업계 최대 용량인 48GB를 구현한 HBM4 16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공정 전환 속도 역시 위협적이다. 마이크론은 최첨단 1-감마(1γ) 공정 노드를 확대해 2026년 중반까지 전체 DRAM 비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이 공정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는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경쟁사와의 수익성 격차를 벌리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마이크론의 목표 주가를 500달러(약 74만8500원) 이상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기관은 마이크론이 확보한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근거로, 현재 약 5300억 달러(약 793조 원)인 시가총액이 조만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했다.

‘판매자 우위 시장’의 고착화…한국 반도체에 던져진 세 가지 숙제


마이크론의 기록적인 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단순한 수치 이상의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향후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세 가지 거대한 변화를 시사한다.

첫째, 메모리 제조사의 지위가 ‘슈퍼 을(乙)’을 넘어 사실상의 ‘갑(甲)’으로 격상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엔비디아나 AMD 같은 설계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메모리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칩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도체 공학 전문가인 A 교수는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한 몸으로 설계되는 시스템 반도체 같은 성격이 강하다”면서 “공급사가 고객사를 선택하는 ‘셀러즈 마켓(판매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둘째,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마이크론이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에 신규 팹을 건설하며 2027년 가동을 준비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내 한국 장비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HBM 적층 핵심 장비인 TC 본더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 등 국내 강소 기업들에 마이크론은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셋째, 투자가치 평가(밸류에이션) 기준의 전면적인 재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더는 범용 DRAM 가격에 연동하지 않는다. 대신 HBM4 등 차세대 제품의 수율과 엔비디아 내 점유율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이익률 81%는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수익성 벤치마크가 됐다”면서 “누가 더 안정적으로 고수율 제품을 대량 공급하느냐가 주가 재평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의 ‘1조 달러 클럽’ 정조준은 AI 전쟁의 승패가 설계 능력을 넘어 ‘안정된 고성능 메모리 공급망 확보’로 옮겨갔음을 상징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수율 최적화와 차세대 표준 선점을 통해 이 거대한 머니 게임에서 주도권을 수성해야 할 골든타임을 맞이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