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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역설,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으로 스스로 GPU의 시대를 끝내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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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역설,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으로 스스로 GPU의 시대를 끝내려는 이유

질문하는 AI는 끝났다… 전 세계 빅테크가 엔비디아 버리고 '에이전트 칩'에 사활 거는 이유
'범용 칩의 한계' 파고든 커스텀 ASIC의 반란... 삼성·SK하이닉스가 그리는 새로운 지도
오브젠이 지난해 9월 개최한 AI 세미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의 시대, 에이전트 AI X CRM”라는 주제를 다뤄 주목을 받았다. 사진=오브젠이미지 확대보기
오브젠이 지난해 9월 개최한 AI 세미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의 시대, 에이전트 AI X CRM”라는 주제를 다뤄 주목을 받았다. 사진=오브젠

생성하는 AI에서 실행하는 AI로,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지금까지의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앵무새'였다면, 2026년의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도구를 사용해 과업을 완수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이러한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텍스트 생성을 넘어 코딩, 금융 분석, 복잡한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직접 수행한다. 문제는 기존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 구조가 이러한 연속적 추론과 동적 의사결정을 처리하기에는 지나치게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이제 시장은 단순 연산 속도가 아닌, 복잡한 논리 구조를 순식간에 해결할 '새로운 뇌'를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지가 주목하는 추론의 변곡점과 커스텀 실리콘의 등장


최근 미국의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가 게재한 "에이전틱 AI 시대의 서막: 엣지 컴퓨팅의 재정의"와 세미엔지니어링의 "추론 가속기: 에이전트 기능을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 설계" 등 아티클에 의하면, 반도체 설계의 패러다임이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특히 EE타임스는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엣지용 커스텀 실리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미엔지니어링 또한 반도체 설계 검증 단계부터 에이전틱 AI가 스스로 설계를 최적화하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하며, 기존 GPU(그래픽 처리 장치)의 병렬 연산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도의 논리 처리 능력이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베라 루빈의 귀환과 빅테크의 '탈 엔비디아' 선언

GTC 2026(지피유 기술 컨퍼런스 2026)에서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존 페디 리서치 등 주요 분석 매체들은 엔비디아가 단순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넘어 베라 CPU(중앙 처리 장치)와 같은 '에이전트 최적화 칩'을 내놓은 배경에 주목한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은 더 이상 범용 칩에 의존하지 않고 Arm(암)의 설계 자산을 활용해 자신들의 에이전틱 AI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를 직접 찍어내기 시작했다.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된 이 칩들은 엔비디아 제품보다 전력 효율은 3배 높고, 실행 속도는 5배 이상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RISC-V와 오픈 아키텍처가 당긴 글로벌 반도체 전쟁


에이전틱 AI를 향한 갈증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더 넥스트 플랫폼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최근 발표한 5nm 공정 기반의 RISC-V(리스크-파이브) 프로세서는 오픈 소스 아키텍처가 에이전트 칩 시장에서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전력 소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메모리와 연산 장치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기술들이 적용되면서, 이제 반도체 경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적은 에너지로 AI 에이전트의 '생각의 고리'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게 되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승부수, 메모리와 로직의 경계가 사라진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하드웨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국 반도체 거인들도 전례 없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 결합형 로직 칩'을 통해 메모리와 연산 장치의 물리적 통합을 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통해 에이전트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체 칩 설계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하는 '커스텀 반도체 파트너십'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2026년 반도체 대격변, 당신의 투자 지도가 바뀌어야 할 때


엔비디아의 독주는 영원할 것 같았지만, 에이전틱 AI라는 새로운 파도는 거대 제국의 성벽에 균열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과 SK하이닉스의 솔루션,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체 칩들이 뒤엉키며 반도체 생태계는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했다. 하드웨어의 한계가 곧 AI의 한계가 되는 시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시가총액 순위가 아니라 누가 AI 에이전트의 '진정한 두뇌'를 선점하는가이다. 결국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GPU라는 과거의 영광을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에이전트 칩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고도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