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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인도에 1700억 엔 추가 투자… 현대차 ‘4조 원 상장 실탄’과 전기차 주도권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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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인도에 1700억 엔 추가 투자… 현대차 ‘4조 원 상장 실탄’과 전기차 주도권 격돌

구자라트 신공장 2029년 가동… 연간 400만 대 생산 거점 구축 가속
2024년 상장 성공한 현대차, 확보된 재원으로 전동화 공세 본격화
인도 정부 ‘현지 제조’ 규제 강화… 한·일 완성차 기업 생존 전략은?
스즈키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다섯 번째 사륜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19억 루피(약 1700억 엔)를 추가 투입한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즈키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다섯 번째 사륜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19억 루피(약 1700억 엔)를 추가 투입한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3위 자동차 격전지인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 완성차 거물들의 ‘머니 게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스즈키가 1700억 엔(약 1조59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발표하며 수성에 나서자, 지난 2024년 역대급 기업공개(IPO)를 통해 거대 자금을 수혈한 현대자동차가 전동화 파상공세로 맞불을 놓으며 주도권 탈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일본 경제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다섯 번째 사륜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19억 루피(약 1700억 엔)를 추가 투입한다.

이번 투자는 2030년까지 인도 내 생산 능력을 연간 40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의 ‘7000억 루피 로드맵’을 완성할 핵심 퍼즐이다.

시장 점유율 40% 수성 전략… 스즈키의 ‘하드웨어’ 물량 공세


스즈키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설비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현재 현지 합작법인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는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약 40.7%(지난해 12월 기준)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50%를 상회 하던 압도적인 위상에는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약진하며 시장을 잠식하자, 스즈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새로 지어질 구자라트 제2공장은 오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초기 연간 25만 대를 생산하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연간 100만 대 규모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현재 스즈키는 인도 전역 4개 공장에서 연간 260만 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 신설 공장을 통해 2030년 4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인도 내수 시장 방어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수출 허브’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상장 실탄’ 4.5조 원 투하… 전동화로 판도 뒤집기

스즈키가 하드웨어 중심의 물량 공세에 집중할 때, 현대차는 이미 확보한 거대한 ‘금융 실탄’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인도 법인은 지난 2024년 10월,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규모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돈을 번 외산 기업’에서 ‘인도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현지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에 의하면, 현대차는 상장으로 확보한 재원을 지난해 인수한 GM 탈레가온 공장의 전동화 전환과 인도 전용 전기차(EV) 개발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약 15%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현대차는 기아(점유율 약 7%)와 합산할 경우 22%가 넘는 점유율로 스즈키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상장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인도 전용 전기차를 쏟아내며 스즈키의 점유율을 정조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전동화’로… 인도발 패권 전쟁


향후 인도 자동차 시장의 승패는 누가 더 빨리 ‘인도산 고효율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PM E-DRIVE’ 등 현지 생산 비중(DVA)을 50% 이상 요구하는 강력한 규제는 글로벌 기업들에 “인도에서 팔려면 핵심 부품부터 배터리까지 인도에서 만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스즈키가 2030년까지 6종의 전기차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현대차 역시 상장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지 배터리 생태계 장악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신흥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전장(戰場)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