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딥피션, '심층 시추 원자로' 세계 첫 착공… 2026년 7월 가동 '속도전'
160기압 수압·천연 암반 차폐 활용… 건설비 80% 절감하는 '에너지 게임 체인저'
송전망 갈등 제로 '지하 분산 전원' 부상… 한국형 반도체 클러스터 '제3의 길' 되나
160기압 수압·천연 암반 차폐 활용… 건설비 80% 절감하는 '에너지 게임 체인저'
송전망 갈등 제로 '지하 분산 전원' 부상… 한국형 반도체 클러스터 '제3의 길' 되나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3일(현지시간) 3DVf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거대한 콘크리트 격납 건물이라는 기존 원전의 문법을 완전히 뒤집었다. 대신 지구의 단단한 암반과 자연 수압을 물리적 방벽으로 활용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파격적 시도다. 이는 전력 다소비 업종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갈증'을 해결할 분산형 전원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유전 시추 기술이 뚫은 ‘80% 저렴한’ 원전 시대
딥피션이 추진하는 원자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거대한 돔형 건물이 없다. 대신 유전 개발에 쓰이는 정밀 시추 장비로 지하 1830m 지점까지 지름 약 20cm의 좁은 구멍 3개를 뚫고, 그 안에 수직 원통형 원자로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자연 지형을 공학적 장치로 치환한 데 있다.
우선 천연 차폐막 활용이다. 지하 1.8km의 불침투성 암반층이 방사능을 차단하는 천연 격납고 역할을 한다.
다음은 자연 가압 시스템이다. 해당 깊이의 물기둥이 형성하는 약 160기압의 수압을 활용해, 별도의 기계 장치 없이 가압경수로(PWR) 가동에 필요한 고압 환경을 구현한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철강과 콘크리트 투입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딥피션은 이번 실증에 약 80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입했으며, 상용화 시 기존 원전 대비 건설 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정조준… ‘송전탑 갈등’ 넘는 분산 전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해법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24시간 중단 없는 청정에너지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인근 지하에 이 원자로를 설치하면, 대규모 송전망 건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있어서다.
한국 원전·반도체 생태계에 주는 전략적 착안
딥피션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한국 산업계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 '제조업형 원전'으로의 공정 혁신이다. 복잡한 토목 공사 대신 표준화된 원자로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시추 구멍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자재 제작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에 모듈형 제작 공법은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용인·평택 클러스터의 전력 해법이 될 수 있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국내 반도체 단지 지하에 이 모델을 적용할 경우,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하 분산 전원’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셋째, 글로벌 B2B 시장 선점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원전 수출이 국가 간 계약이었다면, 시추형 SMR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창출한다. 유전 시추 경험이 풍부한 중동이나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딥피션이 내년 7월 가동에 성공할 경우 원전 건설의 '패스트 트랙'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하수 오염 방지 대책과 지열 영향에 대한 장기적 데이터 검증은 향후 상용화의 관건이다.
전 세계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력 확보 전쟁을 벌이는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도 입지 제약과 경제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지하 원전 모델의 성패를 예의주시하고 선제적인 기술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