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등급 수쿠크 위험 프리미엄 1000bp 돌파, 차환 시장 봉쇄로 빙가티·아라다 신용 경고
한국 금융사 입주 두바이 국제금융지구 피격…아시아 투자자 손실 현실화 우려
한국 금융사 입주 두바이 국제금융지구 피격…아시아 투자자 손실 현실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두바이 부동산 개발사들이 발행한 이슬람 채권(수쿠크) 가운데 15%가 사실상 부실 채권 구간에 진입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문제는 가격 하락이 아니다.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80억 달러(약 12조 780억 원)에 달하는데, 새 채권을 찍어 갚아야 할 1차 채권 시장이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문을 닫았다는 점이다.
'헤지펀드 공매도'에 무너진 수쿠크…부실 기준 1000bp 벽 속속 돌파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두바이 기반 빙가티 홀딩(Binghatti Holding)과 옴니야트 홀딩(Omniyat Holdings) 계열 법인이 발행한 달러 표시 수쿠크 6종이 지난 24일(현지시각) 기준으로 무위험 금리 대비 위험 프리미엄이 100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를 넘어서며 부실 구간에 들어섰다.
가장 상태가 심각한 종목은 빙가티의 2027년 만기 수쿠크다. 빙가티는 중간 가격대 주택 사업이 주력이며, 메르세데스 브랜드 타워와 세계 최고층급 주거용 건물 프로젝트에도 뛰어든 업체다.
옴니야트는 초고가 부동산에 집중하는 회사다. 두 회사 채권은 25일(현지시각) 반등해 일부가 부실 기준선 아래로 내려왔다.
아말 캐피털(Amwal Capital)의 채권 부문 공동 대표 제이나 리즈크(Zeina Rizk)는 "두바이 부동산 기업들이 이번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섹터 전반의 매도세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부실 구간에는 아직 들어서지 않았지만 위험 프리미엄이 급등한 곳도 있다.
소바 리얼티(Sobha Realty) 계열의 2030년 만기 채권은 전쟁 발발 전 300bp 미만에서 800bp까지 치솟았고, 아라다 디벨롭먼츠(Arada Developments LLC)의 같은 만기 채권도 두 배 넘게 올라 728bp를 기록했다. 4개 회사 모두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 부적격(투기 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은 엇갈린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빙가티와 옴니야트를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수요 둔화와 공사비 상승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는 지난주 빙가티의 신용 등급을 유지하면서 2027년 2월 만기까지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UAE 니잠 은행(Bank Nizwa) 글로벌 마켓·투자금융 부문 수석 트레저러 무함마드 아산(Muhammad Ahsan)은 "1차 채권 시장이 막혔어도 주요 개발사들은 탄탄한 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쿠크 채무 불이행 사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두 배 뛴 채권 발행량, 이제 '만기 장벽'으로 돌아온다
이번 충격의 뿌리는 전쟁 훨씬 이전에 뿌려졌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주거 사업 부지확보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UAE 부동산 채권 발행액은 2025년에 70억 달러(약 10조 5600억 원)에 육박했다.
2024년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인데, 2024년도 그 이전까지 사상 최대치였다. 2년 새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 셈이다. 그 결과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약 80억 달러(약 12조 780억 원)로 쌓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선임 신용 분석가 톨루 알라무투(Tolu M. Alamutu)는 "걸프협력회의(GCC) 부동산 채권 시장의 파티는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가는 모양새"라며 "장기화된 분쟁이 시장 접근을 막을 수 있고, 정부 지원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 방식과 규모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피치는 전쟁 이전에도 공급 부담만으로 2026년에 최대 15% 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전쟁까지 겹치면서 이 전망은 현실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 거래 건수는 올해 1월 1일부터 3월 8일까지 3만 68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고, 주간 매물 조회수는 75% 급증하는 등 실물 시장 일부 지표는 아직 버티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냉기와 실물 경기 지표 사이 간극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두바이발 충격,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
이번 사태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이란의 드론 추정 발사체가 두바이 국제금융지구(DIFC)를 타격했을 당시, 해당 지역에는 신한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이 입주해 있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이번 전쟁으로 두바이 등 걸프 국가의 안전자산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투자 심리가 상당 기간 위축될 것"이라며 "중동에 투자하는 아시아 기업들이 보유 자산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두바이가 유치한 다국적 기업 중 아시아 기업 비중은 46.9%에 달한다.
국내 소비 심리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5.1포인트 하락한 107.0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202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 우려,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두바이 부동산 수쿠크 시장의 균열은 단순한 신흥국 채권 가격 하락이 아니다. 중동의 전쟁 리스크가 글로벌 고수익 채권 시장을 통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는 경로가 처음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80억 달러 규모의 만기 장벽을 앞두고 차환 시장이 막힌 채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정부 지원'이라는 마지막 안전망이 실제로 작동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