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전쟁에서 적국 지도자를 직접 겨냥하는 ‘참수 전략(decapitation strike)’이 점차 공공연한 전술로 자리 잡으면서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비공식적 금기로 여겨졌던 국가 지도자 암살이 최근 중동 전쟁을 계기로 사실상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샌드부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후계자까지 제거 대상에 포함시킨 점을 들어 “국가 지도자를 직접 겨냥하는 행위가 더 이상 숨겨야 할 일이 아닌 것처럼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국제법상 가능하지만 정치·도덕 규범은 여전히 논쟁
국제법적으로는 전쟁 상황에서 적국 지도자를 공격하는 것이 반드시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필립 젤리코 전 미국 외교관은 “적 지도자도 전투원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적·도덕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강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전쟁연구학과 명예교수는 “모든 국가가 서로 지도자를 공격하게 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공유돼 왔다”고 말했다.
◇과거엔 은밀한 작전…최근엔 공개적·과시적 방식으로 변화
과거 국가 주도의 암살은 대체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20세기 후반까지는 정부가 개입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이 바뀌고 있다. 루카 트렌타 스완지대 교수는 2020년 이란군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기점으로 “암살이 공개적이고 과시적인 방식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려는 작전을 공개적으로 진행했고, 중동에서는 지도부 제거가 전쟁 전략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참수 전략’ 확산 촉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정밀 타격 능력 등 군사 기술 발전을 꼽는다. 과거에는 실행이 어려웠던 지도자 제거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 젤리코는 “이 같은 능력이 과거에도 있었다면 훨씬 일찍 시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 논란 여전…오히려 역효과 가능성도
다만 참수 전략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상대 조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결속을 강화하거나 보복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나 조던 미국 교수는 테러 조직 연구를 통해 “지도자 제거가 조직의 반격을 촉발하거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후계자가 더 강경한 인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프리드먼 교수는 “지도자를 제거한 이후 누구와 협상할지 불확실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질서 변화 신호…‘신봉건주의’ 가능성도 제기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기존 국제 질서의 변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신봉건주의’로 설명하며 국가보다 지도자 개인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체제가 확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경우 국가 간 경계와 내정 불간섭 원칙이 약화되고 지도자 개인을 겨냥한 정치·군사 행위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샌드부는 “지도자 제거가 일상화되면 국제사회 전체가 도덕적 기반을 잃게 된다”며 “이 규범이 사라지는 것이 어떤 세계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