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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덮친 'China Debt Trap'…라오스 철도, 제2의 인도네시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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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덮친 'China Debt Trap'…라오스 철도, 제2의 인도네시아 되나

사업비 70% 고금리 대출에 저당 잡힌 국가 기간망... '채무의 덫' 현실로
인도네시아 고속철 6개월 적자만 1300억 원, '무보증' 약속 깬 중국의 청구서
라오스 철도 사업은 총사업비의 약 70%가 중국수출입은행의 유료 대출로 충당되면서 심각한 부채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라오스 철도 사업은 총사업비의 약 70%가 중국수출입은행의 유료 대출로 충당되면서 심각한 부채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가 동남아시아에서 ‘축복’이 아닌 ‘독배’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라오스가 추진 중인 신규 철도 사업은 인근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심층적인 재정 위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의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인프라 수출을 매개로 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가 해당 국가들의 경제 주권을 심층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이 확인됐다.

데이터로 본 인도네시아의 비명... "철도는 시한폭탄“


현재 인도네시아 고속철도는 개통 1년 만에 심각한 재정적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부채는 18조 9348억 루피아(한화 약 1조 6800억 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순손실만 1조 6250억 루피아(한화 약 1400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사업비가 초기 예산보다 12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나 증액된 점이 재정 압박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보비 라시딘 인도네시아 국철(KAI) 사장은 현지에서 이 상황을 "머리 아픈 시한폭탄"이라며 정조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의 태도 변화다.

당초 중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재정 부담이나 채무 보증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장담했으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중순 결국 국비를 투입해 대출금을 갚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의 '무보증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뜻한다.

라오스발 '부채 도미노', 메콩 유역 경제 안보 위협


라오스의 부채 위기는 개별 국가의 문제를 넘어 태국과 베트남 등 메콩강 유역 전체로 번지는 '금융 전이'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라오스 국책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 준 태국 금융권은 라오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태국 북부 산업 단지의 에너지원인 라오스 수력 발전 시설이 재정난으로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역내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위험이 크다.

베트남 역시 라오스를 내륙 물류 거점으로 삼으려던 '서진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하띤성 붕앙항과 비엔찬을 잇는 철도 합작 사업이 라오스의 재정 고갈로 동력을 상실하면서, 메콩 유역 전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메콩판 깡통 경제'의 서막으로 규정하며, 우리 기업들에 대해 물류 경로 다변화와 수주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라오스의 '성공' 포장지 뒤에 숨은 고금리 부채


라오스 철도 사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고금리 부채에 기반한 위태로운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총사업비의 약 70%가 중국수출입은행의 유료 대출로 충당되면서 심각한 부채 의존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승객 수와 화물량이 정부의 낙관적인 발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가 기간 시설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줘야 하는 ‘채무의 덫’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호주 로위연구소의 조사 결과, 중국이 동남아에 약속한 인프라 사업의 60%인 547억 달러 규모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 검토가 허술했음이 방증됐다.

이러한 연쇄 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정부는 여전히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1년 개통한 중국-라오스 철도가 물류를 혁신했다며, 수도 비엔찬에서 남부 챔파삭주를 잇는 추가 철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크라이 공공사업교통부 장관은 "2030년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알력다툼에 저당 잡힌 동남아 경제


중국이 채산성 낮은 사업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실리보다 지정학적 '인도양 출로 확보'라는 노림수가 깔려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근 "중국에 인도양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철도 협력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우선하는 서방 국가와 일본의 영향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일본이 쿠데타 이후 미얀마 원조를 중단한 사이, 중국과 한국 등은 군정과 접점을 넓히며 실리 중심의 인프라 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미얀마 교량 개통식에서 일본의 흔적은 지워졌고, 그 자리는 실리를 택한 국가들이 채웠다.

이토추총연합의 키타츠지 무네미키 부주석연구원은 "중국은 단순 수익성으로 측정할 수 없는 외교적 이득을 위해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동남아 후발 국가들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휘말려 국가 경제의 명운을 타국에 맡기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무분별한 부채 기반 확장은 국가 부도 위기로 이어졌다. 현재 라오스와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철도 잔혹사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적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인프라 연결성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인 채무 상환 능력을 상실한 개발은 결국 국가의 자산과 주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동남아 철도망의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