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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가 쏘아올린 'CPU 역습'… 엔비디아 독주 속 인텔·AMD '2나노 도박'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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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가 쏘아올린 'CPU 역습'… 엔비디아 독주 속 인텔·AMD '2나노 도박' 통할까

GPU는 '두뇌', CPU는 '신경계'… 에이전트 확산에 서버당 수요 4배 폭증
하이퍼스케일러 '칩 독립선언' 가속… 인텔·AMD, 점유율 수성 사활
첨단 공정 병목 현상 심화… 2026년 반도체 승부처는 '공급망 장악력'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학습'에서 '실행(추론)'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그간 소외됐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 구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학습'에서 '실행(추론)'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그간 소외됐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 구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학습'에서 '실행(추론)'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그간 소외됐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 구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폴스카(Business Insider Polska)는 지난 28(현지시간) "AI 서버 구조 변화로 인해 인텔과 AMD 등 전통적 제조사들이 폭주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칩 부족 사태가 예고된다"고 보도했다.

왜 다시 CPU인가… '연산'보다 '흐름 제어'가 병목


2026년 반도체 시장은 다시 CPU에 열광할까. 핵심은 'AI 에이전트' 등장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비서처럼 복잡한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트는 단순 행렬 연산보다 데이터 입출력(I/O) 처리, 분기 제어, 상태 관리, 외부 API 호출 등의 작업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쉽게 말해 GPU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두뇌'라면, CPU는 온몸에 명령을 전달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신경계' 역할을 한다.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수많은 요청을 처리하고 세션을 유지해야 함에 따라, 기존 AI 서버가 'GPU 중심+최소 CPU' 구조였다면, 신형 에이전트 서버는 GPU 1개당 CPU 코어 점유율이 최대 4배까지 치솟고 있다. 르네 하스(Rene Haas) Arm CEO"AI 에이전트 시대의 병목은 연산력이 아니라 워크플로우 오케스트레이션(Workflow Orchestration)이며, 이 영역은 여전히 CPU의 독무대"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내재화' vs AMD'2나노 승부수'

수요 폭증은 확인됐으나 공급망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CPU 역시 3나노(nm), 2나노 등 '첨단 공정을 먹는 괴물'이 되면서 파운드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현재 서버용 CPU의 리드타임(주문 후 인도 시간)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며,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목받는 기업은 인텔과 AMD.

인텔(Intel)은 자사 공장을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극대화한다. 외부 파운드리 병목에서 자유롭고 직접 패키징까지 마칠 수 있어 공급 안정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 데이브 진스너(Dave Zinsner) 인텔 CFO"CPU가 다시 멋진 아이템이 됐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AMD는 공장은 없지만 '기술적 도박'을 택했다. 차세대 서버 칩 '베니스(Venice)'TSMC2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애플 외에 2나노 라인을 선점한 드문 사례로, 엔비디아가 장악한 3나노 시장의 혼잡을 피해 독자적인 공급망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수요 폭발이 '고객의 독립' 부추기나


아이러니하게도 CPU 수요 폭발은 전통 강자인 인텔과 AMD에 축복인 동시에 위기다. 아마존(AWS)'그라비톤', 구글의 '액시온(Axion)',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발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CPU 설계를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CPU 수요 급증은 오히려 대형 고객사들의 '반도체 독립 선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성 제품을 사는 것보다 자사 데이터센터 환경에 최적화된 저전력 Arm 기반 CPU를 직접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계 자산(IP) 공급자였던 Arm이 직접 서버용 완제품 칩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인텔·AMD의 시장 점유율 수성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명령 내리는 칩' 주도권 확보 절실


글로벌 칩 부족 파고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고성능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라는 기회요인은 분명하다. 하지만 "AI 시대의 진정한 주도권은 메모리가 아니라 '명령을 내리는 칩'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등 인프라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생태계는 CPU 설계 IP와 하이퍼스케일러 맞춤형 칩(ASIC) 설계 역량에서 열세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메모리 공급자에 머물지 않으려면 ▲자체 서버용 CPU 설계 역량 강화 ▲Arm 생태계 내 영향력 확대 ▲차세대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