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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철도 밑 ‘AI 뇌세포’ 심는다… 지가 69% 폭등이 부른 ‘고가 아래 데이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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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철도 밑 ‘AI 뇌세포’ 심는다… 지가 69% 폭등이 부른 ‘고가 아래 데이터센터’

도큐그룹, 6월 오이마치선 ‘극한 환경’ 실증… 진동·열·소음 뚫고 도심 틈새 공략
전력망 대기만 10년, ‘초저지연’ AI 시대 맞물려… 철도 광섬유망 직결로 비용·속도 다 잡아
시부야 등 도심 전역 확산 시나리오… ‘애물단지’ 고가 하부, 디지털 인프라 병참기지로 변모
일본의 철도 대기업이 전철이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고가 아래에 애지중지하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철도 대기업이 전철이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고가 아래에 애지중지하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본의 철도 대기업이 전철이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고가 아래에 애지중지하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휴 부지 활용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과제인 '초저지연(Low Latency) 서비스''도심 인프라 포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정교한 경제안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29(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도큐(Tokyu)그룹 소속 4개사가 오는 6월부터 도쿄 오이마치선 고가 하부 부지에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실증 실험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이번 실험은 열차 운행 시 발생하는 강한 진동과 열기, 소음 등 서버 운영의 '최악 조건'에서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큐(Tokyu)그룹 소속 4개사가 오는 6월부터 도쿄 오이마치선 고가 하부 부지에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실증 실험에 돌입한다. 사진=도큐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도큐(Tokyu)그룹 소속 4개사가 오는 6월부터 도쿄 오이마치선 고가 하부 부지에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실증 실험에 돌입한다. 사진=도큐그룹


지가 69% 폭발·전력망 10년 대기… 도심형 센터의 생존형 변신


도쿄 데이터센터 시장은 현재 최악의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의 토지가격은 전년 대비 69% 폭등했다. 여기에 전력 수급 문제는 더 심각하다. NTT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야스오 스즈키 부사장은 지난해 9도쿄 도심에서 데이터센터용 전력망을 연결하려면 5년에서 1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이 사실상 가로막히자, 도큐그룹은 철도 노선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전력 인프라와 고가 아래 '버려진 땅'으로 눈을 돌렸다. 이는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 중인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 내 중형 데이터센터 시장이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대형 시설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진동'보다 무서운 '''전력 흔들림'… 철도망의 '빨대 효과' 노린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경쟁력은 '철도망=통신망'이라는 공식에 있다. 도큐그룹 산하 이츠커뮤니케이션즈가 철로를 따라 매설한 대용량 광섬유 케이블에 서버를 직결함으로써, 별도의 굴착 공사 없이도 초고속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난관도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열차 통과 시 발생하는 진동뿐만 아니라, 고가 아래의 제한된 공기 흐름으로 인한 '열 축적'과 철도 전력 사용에 따른 '전압 불안정'을 최대 리스크로 꼽는다. 도큐건설이 제작한 모듈형 유닛이 UPS(무정전 전원 장치)와 특수 방진 설비를 통해 이를 얼마나 완벽히 제어하느냐가 이번 실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AI 추론 시대의 신병기… '도심 인프라의 재프로그래밍'


이번 실증은 단순한 공간 임대 사업이 아니라, 철도회사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이다. 자율주행, 실시간 영상 AI 0.001초의 지연시간이 품질을 결정하는 'AI 추론(Inference)' 시대에는 이용자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도심 곳곳에 서버가 흩어져 있어야 한다.

도큐그룹은 오이마치선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동 인구가 밀집한 시부야를 포함해 도큐선 전 노선으로 센터 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의 혈관인 철도 인프라를 AI 시대의 신경망으로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일본의 이번 실험은 한국에도 착안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수도권 데이터센터 이격 거리 규제와 주민 반발로 부지확보가 한계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인프라의 성패가 대규모 단지(Farm)가 아닌, 도시 틈새를 파고드는 엣지(Edge) 인프라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AI 관련 투자 및 산업 동향을 살필 때 △도심 내 전력 및 광통신망을 확보한 기업의 인프라 가치 재평가 △진동과 열에 강한 모듈형 서버 및 액침냉각 기술의 상용화 속도 △철도·물류 거점을 데이터 거점으로 전환하는 정부의 규제 완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일본의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낡은 전철역 고가는 더 이상 소음의 근원지가 아닌, 국가 AI 경쟁력을 지탱하는 '디지털 병참기지'로 거듭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