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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비만치료제 알약 FDA 승인…149달러 가격 파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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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비만치료제 알약 FDA 승인…149달러 가격 파괴 분석

주사기 없는 다이어트 시대 개막, 노보 노디스크와 '반값' 가격 전쟁 가속
제조 공정 혁신으로 대량 생산 현실화,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해소 전망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가 FDA의 최종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가 FDA의 최종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주사 대신 하루 한 번 먹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며, 기존 고가의 주사제 중심 시장을 저렴한 알약 체제로 재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가 FDA의 최종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번 승인은 국가 우선순위 이익에 따른 신속 심사 프로그램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데이브 릭스(Dave Ricks)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더욱 쉽게 복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선택지가 마련됐다"라고 밝혔다.

'저분자 화합물' 혁신이 가져온 149달러의 경제학


이번 FDA 승인의 가장 큰 파괴력은 제조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에서 나온다. 기존 주사제인 '제바운드(Zepbound)'가 까다로운 배양 공정이 필요한 펩타이드 제제였던 것과 달리, 파운다요는 화학적 합성이 용이한 '저분자 화합물'로 제작했다.

이러한 기술적 차이는 즉각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일라이 릴리는 보험 미적용 환자 기준 파운다요의 한 달 복용 비용을 용량에 따라 최저 149달러(약 22만 원)에서 최대 349달러(약 52만 원)로 책정했다.

이는 기존 1000달러를 상회 하던 주사제 가격의 약 15% 수준이다. 데이브 릭스 CEO는 "파운다요는 냉장 보관이 필수적인 콜드체인망 없이도 전 세계 어디든 대량 공급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라고 강조했다. 릴리는 이를 위해 2020년부터 550억 달러(약 83조 4130억 원)를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자하며 물량 공세를 준비했다.

'편의성' 앞세운 릴리와 '효능' 강조한 노보의 정면충돌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의 2차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는 임상 시험에서 약 16.6%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하며 파운다요의 12.4%를 수치상 앞섰다. 하지만 실제 복용 환경에서의 순응도는 파운다요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구용 위고비는 매일 아침 공복에 아주 적은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며, 이후 일정 시간 음식물 섭취가 제한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반면 릴리의 파운다요는 식사 여부나 시간과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차별점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의 미세한 차이보다 일상생활에서의 편리함과 저렴한 유지 비용이 환자들의 최종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비만 치료 생태계 장악 시나리오와 국내 업계 영향


일라이 릴리의 전략은 명확하다. 주사제인 제바운드로 초기에 강력한 체중 감량(20% 이상)을 유도하고, 이후 저렴한 알약인 파운다요로 요요 현상을 방지하며 장기 관리하는 '생태계 락인(Lock-in)' 전략을 구사한다.

팩트셋(FactSet) 등 금융권의 분석에 따르면 파운다요는 2030년까지 연간 147억 9000만 달러(약 22조 4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릴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빅파마의 공세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선두 주자들이 이미 가격 파괴와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에서 후발 주자가 단순히 동일한 기전으로 승부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라며 "국내기업들은 주사 주기를 한 달 이상으로 늘리거나, 경구용이면서도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제형 개발에 집중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진단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누가 더 잘 빼느냐'의 단계에서 '누가 더 꾸준히 먹게 하느냐'의 단계로 진입했다. 릴리의 파운다요 승인은 비만 치료를 고가의 특수 의료가 아닌 보편적 건강 관리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 40개국 이상의 규제 당국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일라이 릴리의 독주와 이에 대응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수성전은 향후 수년간 글로벌 헬스케어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