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거부 제약사 정조준…빅파마 14곳 약가 인하 합의로 면제 확보
연 17억 달러 대미 수출 K바이오, “15% 방어막은 면제 아닌 유예”
연 17억 달러 대미 수출 K바이오, “15% 방어막은 면제 아닌 유예”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내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약가 인하 협상을 거부하는 제약사를 겨냥한 이번 조치는 CNBC가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은 15% 예외 관세 적용국에 포함됐지만, 연간 17억 달러(약 2조 5600억 원) 규모의 대미 수출을 쌓아온 K바이오 업계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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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면제' 설계…협상·리쇼어링 여부에 따라 0%에서 100%까지
이번 관세 체계의 핵심은 기업의 선택에 따라 세율이 사실상 0%에서 100%까지 벌어지는 차등 구조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최혜국(MFN) 약가 협정'을 맺은 데다 미국 내 생산 시설까지 건설하는 기업은 관세 0%를 적용받는다.
단, 공장 완공 시한은 오는 2029년 1월까지다. 생산 이전 계획만 제출한 기업은 20% 관세를 맞지만, 이 세율은 4년 뒤 100%로 뛴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대기업 기준 120일, 중소 규모 위탁 생산 의존 기업은 180일의 유예 기간 이후 곧바로 100% 관세 폭탄을 맞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망이 보호되고, 안전하게 지켜지며, 국내에서 조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는 상무부 조사를 통해 "특허 의약품 및 원료 성분의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는 판정이다.
2025년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포괄 관세에 제동을 건 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별도 법적 통로를 뚫어 관세 드라이브를 이어간 것이다.
국가별 차등도 뚜렷하다.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스위스산 의약품에는 15%, 영국산에는 10%가 각각 적용된다. 반면 협정 비체결국인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은 원칙적으로 100% 관세에 노출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복제약, 유전자 관련 제품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1년간 제외되나, 이후 재검토 대상에 오른다. 희귀질환 치료제도 공중 보건 필요성을 인정받아 당분간 면세를 유지한다.
현재까지 화이자,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등 14개 제약사가 MFN 협정을 마무리했으며, 4곳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백악관은 관세 경고만으로 이미 미국 안팎 제약사로부터 약 4000억 달러(약 600조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한국 15% 방어막…"안도"와 "위기의 시작" 사이
한국에 15% 예외 관세가 적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복제약이 무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국·인도 등 고율 관세 적용국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 규모는 약 17억 8042만 달러(약 2조 6800억 원)로, 미국은 한국 최대 의약품 수출국 중 하나다.
한국바이오협회에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성장하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며 "민간과 정부가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정책 또는 금융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서는 "미국 시장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K-제약이 추격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선 과감한 현지화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를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GSK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하며 첫 미국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일부 K바이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미국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취약한 중소 제약사들은 15% 관세 부담을 원가에 반영하거나 납품 단가를 낮추는 이중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넘어 공급망 재편 압박…약값 인상 역설도
이번 조치가 낳을 가장 아이러니한 결과 중 하나는, 약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미국 소비자의 약값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관세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약가 인상으로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미국 의약품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이번 관세는 의약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날 철강, 알루미늄, 구리 원자재의 관세 산정 기준을 수출 신고 가격에서 미국 수입업체 실지급액으로 바꿨다.
금속 함유 비율이 15%를 웃도는 완제품에는 전체 가격의 25% 관세가 붙는다. 민간 연구기관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 변경으로 향후 10년간 약 700억 달러(약 105조 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 글로벌 물가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원자재·물류·완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복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0~180일의 유예 기간 동안 제약사들이 어떤 선택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정책의 실제 파급력이 판가름 난다.
K바이오 업계 입장에서 지금은 15% 방어막에 기댈 것인가, 아니면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서둘러 구축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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