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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 ‘전자전 방패’ 장착…노스롭 그루먼 SEWIP 블록3 첫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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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 ‘전자전 방패’ 장착…노스롭 그루먼 SEWIP 블록3 첫 탑재

3억3440만달러 계약 수정…핵추진 항공모함용 첫 세트 포함, 최대 24세트 공급 체제
대함미사일·표적획득 체계 전파 교란…항모 생존성 끌어올릴 능동형 전자공격 본격화
2023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핑크니(USS Pinckney·DDG-91)에 처음 탑재된 SEWIP 블록3(AN/SLQ-32(V)7) 체계. 미 해군은 이번 계약 수정을 통해 항공모함용 첫 탑재분을 포함한 추가 생산에 착수했으며, 적 대함미사일과 각종 표적획득 체계를 전파로 교란하는 함대 전자전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노스롭 그루먼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핑크니(USS Pinckney·DDG-91)에 처음 탑재된 SEWIP 블록3(AN/SLQ-32(V)7) 체계. 미 해군은 이번 계약 수정을 통해 항공모함용 첫 탑재분을 포함한 추가 생산에 착수했으며, 적 대함미사일과 각종 표적획득 체계를 전파로 교란하는 함대 전자전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노스롭 그루먼

미 해군이 핵추진 항공모함의 생존성을 끌어올릴 차세대 전자전 체계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노스롭 그루먼이 해상 전자전 성능개량 프로그램(SEWIP) 블록3 추가 생산 계약을 따내면서, 항공모함(CVN)에 처음 탑재될 전자공격 체계까지 공급하게 된 것이다. 요격미사일에 의존하던 기존 방어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의 탐지와 유도 자체를 전파로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 능력이 항모 전단의 핵심 방어층으로 격상되는 흐름이다.

3일(현지 시각) 네이벌 뉴스에 따르면 미 해군은 노스롭 그루먼과 3억 3440만 달러 규모의 계약 수정안을 체결하고, 최대 9세트의 SEWIP 블록3 전자공격(EA) 체계를 추가 생산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용 첫 탑재분이 포함된다. 모든 옵션이 행사될 경우 계약 규모는 최대 7억 8300만 달러로 늘어나며, 노스롭 그루먼은 미 해군 수상함대에 최대 24세트의 SEWIP 블록3 체계를 공급하는 계약을 확보하게 된다.

SEWIP 블록3는 미 해군의 기존 함정용 전자전 체계인 AN/SLQ-32(V)의 최신 진화형이다. 기존 AN/SLQ-32(V)6, 즉 SEWIP 블록2 전자지원 체계 위에 고급 비운동성 전자공격 기능을 결합해 최종적으로 AN/SLQ-32(V)7 형상을 완성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적 레이더와 미사일 탐색기를 탐지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전파를 쏴 교란하고 무력화하는 능력을 함정에 부여하는 체계다.

이 체계의 핵심은 질화갈륨(GaN) 송수신 모듈 기반의 능동위상배열(AESA) 기술이다. 이를 통해 대함미사일 위협은 물론 지상, 함정, 항공기 기반의 표적획득 체계까지 광대역 전자공격으로 상대할 수 있다. 미 해군연구국(ONR)의 ‘통합 톱사이드’ 프로그램에서 성숙화한 기술을 활용한 점도 특징이다. 단순한 방어 장비가 아니라, 함정이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능동적으로 싸우는 무기를 얹는 개념에 가깝다.

‘해리 S. 트루먼’호 유력…항모 맞춤형 ‘쿼드런트’ 배치


이번 계약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항공모함 첫 탑재다. 보도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예산 문서는 해리 S. 트루먼(USS Harry S. Truman·CVN-75)이 첫 SEWIP 블록3 탑재 항모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트루먼함은 2026년 중반부터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5년짜리 연료 재장전 및 복합정비(RCOH)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 기간에 맞춰 체계 통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항모형은 구축함형과 구성 방식도 다르다.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A 구축함에는 메인 데크하우스 좌우에 장비를 묶는 ‘헤미스피어’ 형상이 적용됐지만, 항공모함에는 하드웨어를 분산 재배치하는 ‘쿼드런트’ 형상이 채택된다. 거대한 선체와 상부구조에 맞춰 안테나와 전자장비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전투체계 연동도 달라진다. 구축함형이 이지스 베이스라인 10.M과 통합되는 반면, 항모형은 함정 자함방어체계(SSDS) MK 2 베이스라인 12와 연동된다. 같은 전자전 체계라도 함종에 따라 통합 방식과 운용 개념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장비는 이미 구축함에서 실전성을 시험하고 있다. 첫 AN/SLQ-32(V)7 체계를 받은 핑크니(USS Pinckney·DDG-91)는 현재 중동에서 ‘에픽 퓨리’ 작전에 투입돼 있다. 이는 SEWIP 블록3가 단순한 시험용 장비를 넘어 실전 운용 단계로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미 해군이 항공모함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함탄도미사일과 초음속·극초음속 대함 위협이 커지는 환경에서, 항모 전단도 더 이상 요격체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소형 함정용 ‘스케일드’ 모델 개발 가속화
미 해군과 노스롭 그루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블록3와 같은 핵심 전자공격 기술을 바탕으로, 무게와 공간 제약이 큰 중소형 수상전투함용 축소형 전자공격 체계(SOEA)도 함께 개발 중이다. SEWIP 블록3를 그대로 실을 수 없는 함정을 위해 크기·중량·전력 소모를 줄인 대안을 만드는 사업이다. 노스롭 그루먼과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이 분야 신속 시제계약을 각각 따냈고, 향후 해상 시연을 통해 성능을 겨룰 예정이다.

미 해군이 SEWIP 블록3와 SOEA를 병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상전의 승패가 더 이상 미사일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적을 보고, 적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들며, 유도 체계를 먼저 무력화하느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계약은 항공모함에서 소형 수상전투함까지, 미 해군이 함대 전체를 전자전 기반의 다층 방어망으로 재편하려는 흐름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