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어려운 지표' 동반 붕괴…GDP 수치만 홀로 멀쩡
세수·토지수입·전력 등 '조작 힘든' 3대 지표 하락… 로디움·UBS "공식 통계와 현실 괴리“
부동산發 LGFV 부채 폭탄·디플레이션 압력·인구 감소 삼중 덫… "성장 모델 자체 전환 실패"
대중 수출 비중 19%·반도체·조선 직격탄 우려… "중국발 저성장 장기화 시나리오 대비해야"
세수·토지수입·전력 등 '조작 힘든' 3대 지표 하락… 로디움·UBS "공식 통계와 현실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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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5%라는 숫자, 믿어도 되나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공식 발표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에포크타임스가 보도했다. 1991년 이후 35년 만의 최저 목표치다. 하지만 시장은 이 숫자조차 '정치적으로 설계된 결과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경제 전문가 리헝칭(Li Hengqing)은 "목표치 하향은 중국 지도부가 현재의 경기 둔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조용히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려운 지표인 세수와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커창 지수(Li Keqiang Index)로 본 실상은 더 어둡다. 공식 GDP와 달리 전력 소비 증가율, 철도 화물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 등 조작이 어려운 세 가지 지표를 종합하면 중국 경제의 실질 활력은 공식 발표보다 크게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25년 전력 소비 증가율은 명목 GDP 증가율과의 격차가 전례 없이 벌어졌고, 철도 화물량 역시 제조업 활황과는 거리가 먼 흐름을 보였다.
뉴욕 소재 싱크탱크 로디움 그룹은 2025년 중국의 실제 성장률을 2.5~3% 수준으로 추산하며, 올해는 1~2.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역시 올해 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민간 수요 부진과 GDP 디플레이터의 지속적 하락을 근거로 경제 활력이 급격히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침체, 이제 금융 시스템을 갉아먹는다
중국 경제의 25~33%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붕괴는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025년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17.2% 급감했고, 신규 착공 면적은 20.4% 줄었다. 70개 주요 도시의 중고 주택 가격은 2025년 12월까지 매달 하락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1차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정부 재정조달 창구인 LGFV(지방융자플랫폼) 부채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면서 LGFV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이를 대출해 준 은행의 부실채권(NPL)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밖에서 운용되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부문까지 부동산 침체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잠재 리스크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계 부문도 마찬가지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묶어 둔 중국인들은 집값 하락에 지갑을 닫았다.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39%에 달하는 상황에서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내권(內卷)'은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과잉공급의 산물
'제 살 깎기식 무한 경쟁'으로 번역되는 내권(內卷)이 산업 전반을 덮치고 있다.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한 전략 산업에서 과잉 설비 투자가 누적됐고, 지방정부들은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 수요와 무관한 생산 확대를 부추겼다. 국유기업이 정부 지원을 업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민간기업 수익 기반이 무너졌다.
그 결과, 기업들이 가격 인하와 과잉 생산으로 버티는 구조가 굳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0개월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며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내권은 단순한 '경쟁 심화'가 아니라 구조적 과잉공급 경제의 필연적 귀결인 셈이다.
인구 구조의 악화도 가속도가 붙었다. 2025년 중국 인구는 전년보다 339만 명 감소하며 감소 폭이 전년보다 더 커졌다. 부채 부담이 큰 경제 구조에서 인구 감소는 즉각적 충격이 아니더라도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제약 요인이 된다.
사라지는 통계… "불리하면 비공개"의 패턴
중국 당국이 불리한 통계를 잇달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 2022년 이후 토지 매각 상세 데이터, 외국인 직접투자(FDI) 세부 내역, 주택 공실률, 화장(火葬) 통계 등이 줄줄이 공개 중단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 실업률이다. 2023년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당국은 돌연 발표를 중단했다. 5개월 뒤 대학 재학생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꿔 14.9%라는 '개선된' 수치를 내놨다. 구직 활동 중인 학생까지 포함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표준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급감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중국으로 유입된 FDI는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당국은 세부 데이터 공개 방식을 조용히 변경해 직접 비교를 어렵게 만들었다. 경제 분석가 데이비드 웡(Davy J. Wong)은 "중국에서 통계는 기술적 데이터가 아니라 정치적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관료적 임무"라며 "지방정부가 중앙의 목표치에 맞춰 숫자를 역산해 보고하는 상향식 조작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론, "그래도 4% 방어는 가능하다"
물론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제조업 경쟁력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수출은 이들 품목이 주도하며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정책 동원 여력도 남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여지가 있으며, 정부는 재정 확대와 국유은행을 통한 신용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 투자은행 일부는 "정책 총동원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에도 4% 내외 성장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시각에서는 현재의 침체가 구조 붕괴가 아니라 조정 국면이며,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가 동원 능력이 단기 하방 리스크를 막아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낙관론에도 전제가 붙는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한 수출과 국책사업만으로 떠받친 성장은 질적으로 갈수록 열화(劣化)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19%를 흡수하는 최대 단일 수출 시장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제품, 철강이 주요 품목이다. 중국의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간재 수출 감소, 중기적으로는 중국산 완성품의 글로벌 시장 공세 심화가 예상된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발(發)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내수용 반도체 수요와 조선기자재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최소 1~2년의 중국발 저성장 장기화 시나리오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는 수출 다변화 전략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유럽·동남아시아로의 수출 포트폴리오 재편,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의 이중화, 그리고 중국의 과잉생산 수출 공세에 대응한 무역구제 수단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중국이 제시한 5% 성장률은 대규모 국책사업과 수출 공세로 유지한 외형일 뿐, 민간 경제의 기초체력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이 국제 금융기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채 기반 성장 모델의 한계,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의 붕괴,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잠재력 하락, 국가 주도 경제와 민간 위축의 충돌이 겹쳐 있다. 중국 경제의 본질적 과제는 이 구조적 전환에 성공하느냐 여부다. 부양책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도 구조 전환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경제와 관련 세 가지 지표를 집중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한다. 중국 PPI(생산자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추이, LGFV(지방융자플랫폼)의 만기 도래 규모와 연장 비율, 그리고 중국의 대(對)한국 반도체 수입 증감률이 그것이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고 LGFV 부채 연장이 막히기 시작하며 반도체 수입마저 줄어드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중국발 리스크가 한국 수출 현장에 실제로 상륙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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