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글로벌 AI 인프라 독점 심화 속… 저사양 오프라인 경량 모델로 기술 주권 회복 나서
유엔 "관리 없인 AI가 불평등 역전" 경고… 딥시크 충격이 연 '효율 혁명'이 새 판 짠다
유엔 "관리 없인 AI가 불평등 역전" 경고… 딥시크 충격이 연 '효율 혁명'이 새 판 짠다
이미지 확대보기케임브리지대가 검소한 AI 허브 및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의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대규모 클라우드 없이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경량·저전력 AI 모델, 즉 '검소한 AI'가 생존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 전력을 요구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밀려난 국가들이 "작지만, 통제 가능한 AI"로 판을 재편하는 형국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컴퓨팅 권력의 양극화… "AI가 제2의 석유 될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절대다수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현실은 수치로도 확연하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미·중 양국이 기업용 데이터센터의 80~90%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5년 보고서에서 단 100개 기업—대부분 미국과 중국 소재—이 전 세계 민간 AI 연구·개발(R&D) 투자의 40%를 독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118개국—주로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집합체)—이 주요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부유한 국가의 AI 도입 속도는 저소득·중소득 국가보다 2배 가까이 빨랐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에는 AI 핵심 연산 시설이 사실상 전무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12월 '다음 대분기(The Next Great Divergence)' 보고서를 통해 "관리되지 않은 AI는 지난 반세기 동안 좁혀왔던 개발 불평등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가 지칭하는 '다음 대분기'란 AI 기술 발전으로 국가 간, 사회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유례없이 벌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세바스티안 우치텔 교수는 "컴퓨팅 자원 집중이 가속화할수록 주요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이 과거 석유 자원처럼 무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제약과 지정학적 긴장 속에 외국산 AI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것은 국가 기술 주권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50달러 하드웨어로 소수 언어를 지킨다… 인도 ‘솔리가’족의 반전
격차를 메우는 구체적 대안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검소한 AI 허브(Frugal AI Hub)'가 주목받는다. 인도 남부 소수 부족인 솔리가(Soliga)족 사례가 그 상징이다. 젊은 층의 도시 이주로 고유 언어 소멸 위기에 처한 이 부족은 인터넷 연결조차 닿지 않고 문자 체계도 없는 환경 탓에 실리콘밸리의 상용 기술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다.
검소한 AI 허브와 인도 정보기술대학(IIIT) 다르와드 캠퍼스 연구팀은 단 5시간의 음성 데이터와 50달러 미만의 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를 활용해 오프라인 텍스트-음성 변환(TTS)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허브의 아르주나 사티아실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로 유출되지 않는 공동체 소유 모델을 통해 데이터 주권과 문화 보존을 동시에 달성했다"며 "현재의 AI 발전 궤적은 경제적·환경적·사회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며, 검소한 AI는 그 실패를 교정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딥시크 충격이 불지핀 '효율 혁명'… "더 이상 클 필요 없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2025년 1월 공개한 오픈소스 추론 모델 'R1'의 충격과 맞물리며 더욱 가속화됐다. 딥시크 R1은 고가의 미국산 첨단 칩 없이도 OpenAI의 최고급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내며 이른바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불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를 두고 "더 이상 크다고 더 스마트한 것은 아니다(Bigger is no longer always smarter)"라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해 주목했다.
MS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는 개방성과 무료 접근성을 앞세워 서구 AI 플랫폼이 닿지 않는 가격 민감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에티오피아·우간다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의 딥시크 점유율은 11~14% 수준으로, 저조한 AI 보급 환경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로 평가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딥시크 R1이 '선진국과 대기업만이 세계 수준의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깼다"며 아프리카·인도·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전략적 투자를 통해 AI 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UC버클리대 연구진은 딥시크 오픈소스 공개 이후 OpenAI o1급 '추론' 모델 학습 비용이 450달러(약 67만 9500원)에서 50달러로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도의 연쇄 창업가 난단 닐레카니는 "특정 목적을 위해 정제된 데이터로 학습한 소규모 오픈소스 모델은 천문학적 자원을 투입한 일반 LLM만큼이나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MS 리서치의 링자오 첸 연구원 역시 예산과 정확도에 맞춰 모델 선택을 최적화하는 '프루걸GPT(FrugalGPT)' 프레임워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성비' 아닌 '생존'의 문제… 데이터 주권이 미래 경쟁력
전문가들은 검소한 AI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술 민주화를 위한 유일한 경로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대형 LLM 한 번 학습에 수백만 리터의 냉각수가 소비되고, 전력 소비는 소형 국가 수준에 달한다. '더 작고 더 영리한' 모델로의 전환이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 지속성 측면에서도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사티아실란 CTO는 "데이터 부족과 컴퓨팅 제약에 따른 성능 트레이드오프—한쪽 성능을 올리면 반드시 다른 쪽이 떨어지는 현상—는 실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작업에 최첨단 모델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현지 인프라에서 구동 가능한 통제권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개도국에는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UNDP는 이러한 격차가 결코 운명이 아님을 강조하며 "역량, 거버넌스, 포용적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오픈소스 모델 공유를 통한 국제협력이 AI를 소수의 독점 자산이 아닌 공공재로 전환하는 핵심"이라고 촉구했다. UNCTAD는 개도국에 컴퓨팅 파워와 AI 도구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글로벌 공동 시설(shared global facility) 설립을 제안했다.
검소한 AI는 '가성비 기술'이 아니다. 컴퓨팅 권력에서 소외된 국가들이 AI 식민화에 맞서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현재로선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한편, 향후 인공지능(AI)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지표는 오픈소스 경량 모델의 확산 속도다.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성공 이후 허깅페이스(Hugging Face) 등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소형 고효율 모델 출시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고가의 전유 인프라 없이도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저개발국)'의 목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118개국이 소외됐던 AI 국제 규범 논의에서 개도국의 대표성이 얼마나 강화되느냐가 기술 격차 해소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 AI 산업은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과 입지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AI 반도체 및 경량화 기술 기업들이 저전력·고효율 중심의 '검소한 AI' 생태계에서 틈새 수출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 국가적 산업 전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거대 모델 경쟁을 넘어 실용적 기술 경쟁력이 향후 글로벌 AI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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