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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 20년 후퇴"… 美·이스라엘, 석유화학·철강 정조준한 '현금흐름 파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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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 20년 후퇴"… 美·이스라엘, 석유화학·철강 정조준한 '현금흐름 파괴전'

호르무즈 봉쇄 맞불에 유가 150달러 공포… "가격보다 변동성이 더 위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경제 근간을 겨냥한 전면적인 소모전에 돌입했다. 단순한 군사적 억제를 넘어 정권의 현금 흐름을 직접 차단함으로써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전략으로, 전쟁의 목표가 '군사적 승리'에서 '경제적 파쇄'로 전환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경제 근간을 겨냥한 전면적인 소모전에 돌입했다. 단순한 군사적 억제를 넘어 정권의 현금 흐름을 직접 차단함으로써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전략으로, 전쟁의 목표가 '군사적 승리'에서 '경제적 파쇄'로 전환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경제 근간을 겨냥한 전면적인 소모전에 돌입했다. 단순한 군사적 억제를 넘어 정권의 현금 흐름을 직접 차단함으로써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전략으로, 전쟁의 목표가 '군사적 승리'에서 '경제적 파쇄'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난 6(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재건에만 20년이 걸리도록 만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력·교량·에너지 시설 전반을 타격 대상으로 명시한 이 발언은, ·군사 억지라는 전통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 기반을 직접 파괴하는 새로운 전쟁 방식의 선언으로 해석된다.

아살루예 타격의 의미… '숨은 달러 공장' 붕괴


이스라엘의 공세가 석유 생산 시설이 아닌 석유화학 산업에 집중된 데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에 위치한 아살루예는 이란 전체 석유화학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며, 석유화학 수출의 85%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단순한 생산 거점이 아니라 이란의 핵심 외환 창구다. 이곳이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생산 차질을 넘어 이란의 '현금화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석유화학 제품은 이란에게 원유보다 훨씬 유용한 제재 우회 수단이었다. 국제 제재망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피할 수 있고, 중국·아시아 시장에서 정상적인 무역 거래로 위장하기도 용이하며, 결제와 현금 회수 속도가 빠르다. 사실상 달러가 은밀하게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해온 셈이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석유화학은 이란 비석유 수출 수익의 약 25%를 차지하는 생명줄"이라며 "이 부문이 파괴되면 제조업 전반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철강 시설까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외화 수입, 산업 고용, 군자금이 동시에 흔들리는 '3중 붕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버티는 이유… 혁명수비대의 '그림자 경제'


그러나 이란 경제는 물리적 타격만으로 단순히 무너지는 구조가 아니다.

이란 경제의 핵심 버팀목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이른바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 우회·환적을 통한 비공식 원유 수출, 촘촘한 환율 통제와 보조금 체계, 억압적 통치 구조에 기반한 내부 결속이 맞물리면서, 공식 GDP 통계와 무관하게 체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 안정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공격은 즉각적인 체제 붕괴보다는 '지속적인 체력 고갈'을 노린 장기전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은 이란 경제가 결국 자체 복원력의 한계에 도달하도록 압박의 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 카드… 공급보다 '불확실성'이 더 치명적


이란은 반격 카드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꺼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수송량의 약 20%와 카타르산 LNG 등 주요 천연가스 물량이 통과하는 핵심 병목이다. 완전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 급등과 물류 마비가 동시에 발생하지만,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사실 '완전 봉쇄' 그 자체가 아니다.

카마르 에너지의 로빈 밀스 애널리스트는 "언제든 막힐 수 있다는 상태 자체가 시장을 교란한다"고 지적했다. 부분적인 해상 교란만으로도 선박 보험료와 해상 운임이 폭등하고 가격 변동성이 급증하는 복합 충격이 발생한다. 설령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파괴된 항만·해상 시설의 복구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에너지와 물류, 보험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공급 충격이다.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 글로벌 경제 '2차 충격' 현실화 우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기 급등이 아니라 고유가의 장기화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226200)에 근접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고,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침체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항공·자동차·화학 업종은 직격탄을 맞는 반면, 해운·방산·에너지 기업은 반사 수혜를 누리는 산업별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번 충돌이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자산 가격 전반의 재평가를 촉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승패는 '파괴력'이 아닌 '지구력'이 결정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본질을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소모전으로 규정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외화 고갈과 내부 불안을 유도해 이란 정권을 압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란은 반대로 유가 상승을 무기 삼아 시간을 끌면서 상대방의 비용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라즈 짐트 연구원은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전쟁의 승부를 가를 변수는 두 가지다. 이란이 경제 파쇄의 압박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세계 경제가 고유가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한계. 상대를 먼저 무너뜨리는 쪽이 아니라, 더 오래 버티는 쪽이 최종 승자가 되는 구조다.

투자자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보험료와 통과 물동량 변화,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인접국의 피해 규모(확전 여부의 선행 신호),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속도(유가 상단 통제 의지의 바로미터).

이제 이번 충돌은 전쟁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겨냥한 '현금흐름 파괴 게임'이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