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서 ‘수출 검역 의정서’ 체결… 원자재 넘어 ‘가공 식품’으로 협력 범위 확장
러시아산 석유 도입 늘리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하는 양면 전략
러시아산 석유 도입 늘리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하는 양면 전략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와는 식량 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려는 베이징의 ‘균형 잡힌 실용 외교’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관리들은 키이우에서 밀가루 수출을 위한 위생 및 검역 요건에 관한 의정서에 공식 서명했다.
◇ ‘원자재’에서 ‘완제품’으로… 질적 전환 맞은 농업 협력
이번 합의는 그동안 옥수수, 보리 등 곡물 원자재 중심이었던 양국 무역 구조를 가공 식품인 ‘밀가루’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마성쿤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와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크라이나산 밀가루의 중국 행 수출을 위한 검사·검역 및 위생 요건 의정서에 서명했다. 마 대사는 "이번 합의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며 상당한 협력 잠재력을 강조했다.
세르히 트카추크 우크라이나 식품안전소비자보호국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히 수출 지역을 넓히는 것을 넘어, 원자재 모델에서 가공된 완제품 수출로 전환하는 질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완두콩과 야생 수산물 시장을 개방한 데 이어, 앞으로도 중국으로의 수출 농산물 종류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 러시아엔 ‘에너지’, 우크라이나엔 ‘식량’… 베이징의 줄타기 외교
중국은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를 주요 경제 파트너로 유지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로부터는 보리, 철광석, 그리고 이제는 밀가루까지 수입하며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는 약 77억 9천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은 "모든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뮌헨 안보회의에서 평화 중재 의지를 밝히는 등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호르무즈 위기 속 ‘북방 공급망’의 중요성 부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와의 농업 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으로 최근 중동의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꼽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비료 무역의 30%가 중단되고 중동발 식량 수송로가 위협받자,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라시아 대륙 통로(철도 등)를 통한 식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대두나 옥수수 등 특정 국가에 쏠려 있던 식량 의존도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 분산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이 우크라이나 가공 식품 시장을 선점함에 따라, 국내 식품 기업들도 우크라이나산 원료 조달 및 현지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쟁 중에도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중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정학적 갈등 지역에서도 필수 자원(에너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한 외교·통상 전략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가 원자재 수출국에서 가공품 수출국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가공 식품(K-Food)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차별화된 품질과 브랜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