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I·확정 주문 혼선… 11억 달러 규모 투자 기회 무산
금융당국 내부통제 고강도 검사… 해외 실무 프로세스 전반 점검
금융당국 내부통제 고강도 검사… 해외 실무 프로세스 전반 점검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대규모 자금 조달 딜에서 단 1주의 주식도 배정받지 못하는 대형 사고를 내면서 논란을 겪고 있다. 주관사단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구속력이 없는 단순 투자의향서(IOI) 단계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실제 확정 주문(Firm Order)으로 착오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 투자자 자금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7600억 원)의 비상장 주식 투자가 최종 무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을 노리던 미래에셋증권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거센 항의와 함께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를 받게 됐다.
비상장 구주 매출 거래 과정서 주문 누락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스페이스X가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구주 매출 기반으로 진행한 기관 대상 대규모 블록 딜에서 글로벌 주관사단 23개 사 중 미래에셋증권만 유일하게 물량을 단 1주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배정 실패의 핵심 원인은 글로벌 주식 발행 시장(ECM)의 북빌딩(수요예측) 프로세스에 대한 실무 측면의 오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중순, 글로벌 공동 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이 발송한 이메일에서 시작됐다.
주관사단은 전 세계 언더라이터(인수기관)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 단계인 투자 의향 조사를 진행했다. 인수기관이란 주식이나 채권이 팔리지 않을 때, 자기 돈으로 그걸 다 사겠다고 책임지고 약속하는 증권사나 은행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실무진은 이 단계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실제 확정 주문 입력 시점으로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뉴욕의 대형 IB들은 해당 절차를 비구속적 관심 표시인 투자의향서(IOI) 수준으로 판정하면서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실제 확정 주문은 6월에 발송된 별도 요청에 따라 정식 입력해야 했으나, 이미 주문을 넣었다고 확신한 미래에셋증권은 최종 단계에서 확정 주문을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월가 주관사단이 구축한 수요 취합 시스템에 미래에셋증권의 최종 청약 주문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실제 물량 배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투자 기회 박탈에 최고경영진 공식 사과
실제로 미래에셋증권 창구와 달리, 일부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글로벌 주관사를 통해 직접 배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이용한 사모펀드 청약자들의 투자 기회가 최종 무산되자 초고액 자산가(HNW)와 기관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특히 청약을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꿨다가 환불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손 피해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사태가 커지자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인수단으로 명시되는 등 정당한 자격과 요건을 갖추고 절차를 마쳤다며 자사 프로세스 실패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물량 배정 제외는 미국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의 일방적인 재량권 행사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현재 증권사 측은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금전 보상을 포함한 신뢰 회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강도 검사… 실무 프로세스 검증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전격 착수했다. 당초 사모펀드 가입자들의 투자 자격 요건을 살피던 금감원은 배정 실패 사고가 확인되자 검사 범위를 전면 확대했다. 주요 검사 대상은 글로벌 딜 수행 프로세스(Execution Process), 주문 유효성 검증(Order Validation) 시스템,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여부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지난달 22일 이번 배정 실패가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을 짚으며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형 증권사의 해외 딜 주문 프로세스와 내부통제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해외 IB와의 의사소통 검증 체계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기관 경고를 비롯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전체 86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진행된 이번 스페이스X 자금 조달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끄럽게 마무리됐으나, 미래에셋증권은 홀로 고배를 마셨다.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며 구축한 견고한 네트워크와 글로벌 대형 IB로서의 평판 훼손은 불가피해졌으며, 앞으로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의 공동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배제될 리스크도 제기된다.
실적·자본 흐름으로 보는 리스크 점검사항
이번 사태가 미래에셋증권의 중장기 펀더멘털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은 세 가지 핵심 정량 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지표는 주식 발행 시장(ECM) 부문 수수료 수익의 분기별(QoQ) 변화율과 전 세계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어떤 투자은행(IB)들이 이를 가장 많이 주관하고 성공시켰는지 집계한 '증권사 성적표‘인 글로벌 ECM(주식자본시자) 리그테이블 순위다.
글로벌 대형 딜 참여 기회 박탈이 실제 투자은행 부문의 실적 둔화와 리그테이블 내 지위 하락으로 직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 펀더멘털 점검의 시작이다.
이와 함께 리테일 부문에서는 초고액 자산가(HNW)의 총관리자산(AUM) 변동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 실무 프로세스 실패에 실망한 핵심 VIP 고객과 법인 자금이 타 대형 증권사로 이탈하는 자산 유출 현상이 가시화되는지가 자산관리(WM) 부문의 지속 성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확정되는 시점을 전후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글로벌 부문의 이익 기여도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기관 제재가 신규 해외 사업 인허가 제한으로 이어져 미래 성장성 지표를 끌어내리는지 여부가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