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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했는데 기름값은 왜 안 내리나?… 내 지갑 갉아먹는 '전쟁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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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했는데 기름값은 왜 안 내리나?… 내 지갑 갉아먹는 '전쟁 후폭풍'

세금 환급보다 무서운 유가… 미국 소비 성장률 '반토막'
3%대 고물가 공포에 GDP 전망 뚝…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미국과 이란이 극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나, 우리 지갑에 남은 '전쟁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성은 멈췄지만 한 번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가계 예산을 집어삼키며 미국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이 극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나, 우리 지갑에 남은 '전쟁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성은 멈췄지만 한 번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가계 예산을 집어삼키며 미국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란이 극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나, 우리 지갑에 남은 '전쟁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성은 멈췄지만 한 번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가계 예산을 집어삼키며 미국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간 기준 1% 안팎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물가·성장·고용 전방위에 경고등이 켜졌다.

배런스는 지난 8(현지시간) ·이란 휴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소비자 물가가 한 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뛰며 가계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급금 42만 원 받았는데 기름값으로 51만 원 나간다"


올해 초 미국 가계는 세금 환급액이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평균 290달러(42만 원)에 달해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착시 효과'에 그쳤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가계 손실액이 평균 350달러(51만 원)에 이르며 환급 혜택을 거의 완전히 상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이너스 소득' 효과는 즉각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분기 연율 1.2% 수준이던 미국 소비 지출 증가율이 2분기에는 0.6%로 반 토막 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외식, 여행, 가전제품 등 선택적 소비 품목부터 지갑이 굳게 닫히며 실물 경기를 차갑게 식히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휴전인데 왜 유가는 요지부동인가?


시장은 휴전 소식을 반겼지만, 주유소 가격표는 요지부동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8일 기준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6달러로 오히려 전날보다 올랐다. 전문가들이 꼽는 유가 고착화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급 정상화 지연이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한꺼번에 풀리지 않았고, 전쟁 과정에서 훼손된 생산·수출 인프라 복구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다. 휴전 발표 당일에도 이란이 해협을 일시 봉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요 산유국 원유 수송로가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유가를 떠받치고 있다. 셋째, 전략비축유(SPR) 재비축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전쟁 국면에서 방출했던 비축유를 되채워야 하는 상황 자체가 국제유가의 하방을 단단히 지지하고 있다.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저소득층부터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배럴당 80~85달러 선에서 버티는 한 수요 파괴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엔 '수입 물가 비상'… 美 성장률 1.7%로 후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로 번지고 있다. 이란 사태 이후 에너지 가격 압력이 겹치며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대 중반 안팎 상승이 예상되고, 이는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임금은 전년 대비 1%대 초반 상승에 그치는 반면 물가는 그보다 높은 속도로 오르면서, 체감 실질소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컨설팅업계는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조합을 반영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에서 1%대 후반 수준으로 줄줄이 낮추고 있다. 미국 경제의 엔진 출력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미국 소비가 둔화하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IT 기기,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고유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은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더욱 좁힌다.

휴전은 전쟁의 종결이지, 경제적 회복의 시작이 아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3개월 동안 ① 미국 소매판매 지표, ② 국제유가의 배럴당 80달러선 안착 여부, ③ 실질임금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 간 격차를 경기 회복의 ‘3대 체크포인트로 꼽으며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화의 뉴스 뒤에 숨은 냉혹한 경제 지표들이, 우리 지갑을 향한 또 다른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경고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