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최첨단 고고도 정찰기 MQ-4C 트리톤, 긴급 코드 발신 후 레이더 소멸
추락이냐 격추냐… 2800억 원짜리 '하늘의 눈' 행방 오리무중
추락이냐 격추냐… 2800억 원짜리 '하늘의 눈' 행방 오리무중
이미지 확대보기중동의 전략적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 해군의 최첨단 고고도 무인 정찰기 MQ-4C 트리톤(Triton)이 10일(현지시각) 긴급 조난 신호를 발신한 직후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격 휴전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 통항 재개에 동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로, 어렵사리 조성된 대화 국면에 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귀환 중 '코드 7700' 발신…이란 방향 선회 후 급속 고도 손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의 항적 데이터에 따르면, 사고 기체는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약 3시간에 걸친 감시 임무를 마치고 이탈리아 시칠리아 소재 시고넬라 해군 항공기지(NAS Sigonella)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귀환 항로 도중 기체는 돌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일반 긴급 상황 신호인 '트랜스폰더 코드 7700'을 발신하며 비정상적인 고도 강하를 시작했다.
항적 기록을 분석하면, 트리톤은 코드 7700 발신 직후 이란 영해 방향으로 수 킬로미터가량 침로를 틀었으며, 이후 급속도로 고도를 잃으며 레이더 화면에서 소멸했다. 미 해군 당국은 현재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이란 측의 의도적인 격추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군은 사고 해역 인근에 수색 및 잔해 수거 세력을 긴급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고도·장시간·광역 감시의 삼박자…트리톤은 무엇인가
MQ-4C 트리톤은 미 해군이 운용하는 고고도 장기체공(HALE·High Altitude Long Endurance) 무인항공기로, 대당 가격이 2억 달러(약 2800억 원)를 상회하는 미 해군 최고가 무인 자산이다. 미 공군의 전략 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를 해상 작전 환경에 최적화하여 개발한 이 기체는, 미 해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와 연동 운용되며 광역 해상 감시망의 핵심 절점(Node) 역할을 담당한다.
트리톤의 운용 능력은 기존 유인 정찰기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는다. 해발 5만 피트(약 1만5240m) 이상의 고고도에서 24시간 이상 연속 체공이 가능하며, 작전 반경은 약 7400해리(약 1만3700km)에 달한다. 고성능 다기능 레이더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복합 센서를 탑재해 광대한 해역의 선박 동향을 실시간으로 탐지·추적할 수 있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해상 요충지의 감시에 특히 적합한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미 해군은 2025년 기준 트리톤 2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7대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당 1500만 원' 전비에 2800억 원 손실까지…커지는 재정 부담
이번 트리톤 실종은 가뜩이나 팽창하고 있는 미국의 중동 작전 전비 부담에 치명적인 추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이란과의 대치 및 중동 대응 작전에 초당 약 1만300달러(약 1500만 원)를 쏟아붓고 있다.
항목별로는 탄약·미사일이 하루 약 3억2000만 달러(전체의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공중 작전에 약 2억4500만 달러(27.5%), 해군 작전에 약 1억5500만 달러(17.4%), 사드(THAAD)·패트리엇 등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에 약 9500만 달러(10.7%), 정보·사이버 작전에 약 4500만 달러, 인사·군수 지원에 약 3000만 달러가 각각 지출되고 있다. 트리톤 1대의 손실은 이 일일 지출 규모와 별도로 2억 달러에 달하는 고가 장비의 즉각적인 상실을 의미하며, 중동 지역 미 해군의 해상 감시 능력에도 상당한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휴전 국면 흔들리나…의도적 격추 판명 시 '충돌 재점화' 가능성
이번 사건을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것은 타이밍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민간 선박에 전면 재개방하기로 약속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발생한 이 실종 사태는, 양측 간 합의의 내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계 결함에 의한 단순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항적상 이란 영해 방향으로의 침로 변경이 확인된 이상, 이란의 방공 전력에 의한 의도적 격추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이란의 격추 행위로 공식 확인될 경우, 미·이란 휴전 합의는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게 되고 중동 정세는 다시 통제 불가능한 무력 충돌 국면으로 급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 해군은 현재 기체 잔해 수거와 함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분석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대응 방침이 전면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