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16년 집권을 마무리하게 됐다. 야권 티서당을 이끄는 페테르 마자르가 압승을 거두며 헌법 개정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13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개표가 약 97% 진행된 가운데 티서당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55석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총선 당시 확보한 133석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마자르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헝가리를 해방시키고 오르반 체제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강력한 3분의 2 다수 확보가 확실시된다”며 “평화롭고 효율적인 권력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반 총리는 지지자들 앞에서 패배를 인정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야당의 위치에서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 운영의 부담이 사라졌고 공동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자르의 승리는 최근 오르반 총리의 정책에 반발해온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서 환영받고 있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며 “한 국가가 유럽의 길로 돌아왔고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마자르에게 축하를 전하며 “강하고 안전하며 단결된 유럽을 위해 함께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비자유주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유럽 내 대표적인 보수 민족주의 지도자로 평가돼 왔다. 그의 패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 모두 오르반 총리를 유럽 내 핵심 우호 세력으로 간주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오르반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고 JD 밴스 부통령을 지난주 부다페스트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헝가리 유권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헝가리는 최근 3년간 거의 경제 성장이 없었고 2022년 이후 EU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누적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생활 수준 악화와 공공서비스 부진, 권력 핵심부의 부패 의혹 등이 민심 이반을 키웠다.
마자르는 과거 피데스 진영 출신으로 기존 야권을 밀어내고 약 2년 만에 대중 기반 정치운동을 구축하며 오르반 총리에 맞설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날 투표율은 오후 6시30분 기준 78%로 집계돼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 이후 총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