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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 속 안전자산 몰리는 싱가포르… 3대 은행, 자산관리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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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 속 안전자산 몰리는 싱가포르… 3대 은행, 자산관리로 승부수

이란 전쟁 여파로 두바이 등 걸프 자본 유입 가속화… ‘아시아의 평온한 허브’ 부각
DBS·OCBC·UOB, 금리 불확실성 속 대출 대신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집중
분석가들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왼쪽)가 두바이와 같은 걸프 동급 국가들로부터의 부의 유입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분석가들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왼쪽)가 두바이와 같은 걸프 동급 국가들로부터의 부의 유입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동 금융 중심지들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아시아의 동맹이자 전통적 금융 강국인 싱가포르가 글로벌 부호들의 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전통적인 대출 수익 감소에 직면한 싱가포르 대형 은행들은 자산 관리(Wealth Management)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싱가포르 3대 은행인 DBS, OCBC, UOB는 자산 관리 서비스와 수수료 수입 비중을 높여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 중이다.

◇ 전통적 대출 수익의 둔화와 ‘자산 관리’로의 체질 개선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들은 최근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전통적인 이자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기준 DBS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10억 싱가포르 달러를 기록했으며, OCBC와 UOB 역시 각각 2%, 23% 줄어든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금리 환경 변화와 대출 수요 둔화가 맞물린 결과다.

반면 자산 관리 부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DBS의 경우 자산 관리 비이자 소득(수수료 수익)이 27%나 급증하며 이자 마진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OCBC는 최근 탄텍롱 CEO 주도로 그룹 전체 역량을 결집한 ‘자산 관리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싱가포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자산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야심 찬 포석으로 풀이된다.

◇ “전쟁터 피하자”… 걸프·아시아 자본의 싱가포르 ‘엑소더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두바이 등 중동 허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면서 싱가포르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피치 레이팅스의 타니아 골드 책임자는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부 창출과 안전 자산 유입의 구조적 수혜를 입고 있다"며 "정책 안정성과 강력한 거버넌스를 갖춘 싱가포르 시장으로 자산가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DBS에는 210억 싱가포르 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으며, OCBC(270억)와 UOB(110억) 역시 막대한 규모의 글로벌 자본을 끌어모았다.

싱가포르 은행가들은 고액 자산가 가문을 위해 신중하게 기획된 ‘세대 간 부 보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부정한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엄격한 모니터링을 병행해 허브로서의 신뢰도를 지키고 있다.

◇ 지정학적 역풍과 금리 불확실성이라는 ‘양날의 검’


부의 유입은 호재지만, 전쟁 장기화는 실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BMI의 이선 로버트슨 분석가는 "전쟁으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이 대출 수요 완화로 이어질 경우, 은행들의 실적 전망이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확장 계획을 억제하고 ‘관망(Wait-and-see)’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중동 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은행들의 이자 마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광범위한 경기 침체 우려를 낳고 있다.

다행히 싱가포르 은행들의 중동 지역 직접 노출도는 낮으며,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인접 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분쟁의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 한국 금융권에 주는 시사점


싱가포르 은행들이 이자 수익 정체기를 WM 수수료로 돌파하듯, 국내 시중은행들도 글로벌 자산가를 겨냥한 특화 서비스와 세대 간 자산 전수 솔루션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중동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싱가포르가 ‘평온한 허브’로 기능하는 점을 참고해,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자산 배분 시 싱가포르 기반의 펀드나 금융 상품을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글로벌 자금이 특정 지역으로 쏠릴 때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와 주식 시장이 어떤 탄력을 받는지 면밀히 분석하여, 싱가포르 달러나 현지 우량주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