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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 7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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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 7분 앞질렀다

중국 아너 로봇 '샨뎬' 50분 26초 완주… 키플리모 공인 기록 57분 20초 경신
105개 팀 출전·735억 위안 투자… '로봇 굴기' 속도전
질주하는 휴머노이드 '샨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질주하는 휴머노이드 '샨뎬'. 사진=연합뉴스
인간의 두 발로 수만 년간 지켜온 달리기의 영역에 기계가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샨뎬(閃電·번개)'이 19일(현지시각)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50분 26초를 기록, 현재 공인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57분 20초)을 약 7분 앞지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AFP통신이 19일(현지시각) 알자지라를 통해 보도했다. 지난해 1회 대회 우승 로봇이 2시간 40분 42초를 기록했던 것과 견주면, 단 1년 만에 무려 1시간 50분을 단축한 도약이다.

'손오공'이 세계 기록 갈아치우다


자율주행 부문에서 우승한 팀은 아너의 샨뎬을 활용한 '치톈다셩(齊天大聖·제천대성)'팀으로, 50분 26초 만에 21.0975㎞ 전 코스를 완주했다.

이 기록은 우간다의 육상 영웅 제이컵 키플리모가 지난달 8일 리스본에서 세운 현재 공인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 57분 20초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키플리모는 지난해 2월 바르셀로나에서 56분 42초를 기록했지만,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이 선두 차량이 키플리모에게 공기저항 이점을 제공했다며 공인을 거부하면서, 키플리모는 지난달 8일 리스본에서 페이스카 없이 57분 20초를 기록해 공인 세계 기록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내비게이터나 별도 외부 유도 신호 없이 로봇 자체의 다중 센서 시스템에만 의지해 달리는 기술의 검증대가 됐다는 점이다.

원격 조종 방식으로 참가한 '포펑샨뎬(破風閃電)' 팀은 48분 19초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다만 자율주행 방식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원격 조종 기록에 1.2배의 시간 페널티를 적용한 결과, 최종 기록이 약 57분 82초로 환산돼 자율주행으로 완주한 치톈다셩팀이 공식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코스는 퉁밍호 공원에서 난하이즈공원까지 이어지는 21.0975㎞ 구간으로, 평탄한 아스팔트뿐 아니라 경사로, 잔디, 자갈길 등 다양한 환경을 포함해 로봇의 주행 안정성과 인식 능력, 내구성을 종합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같은 코스에서 함께 열린 인간 하프마라톤에는 3만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인간 부문 남녀 1등 기록은 각각 1시간 7분 47초, 1시간 18분 6초였다.

참가팀 5배 급증, 15조 원대 투자 뒷받침


이번 대회에는 5개 해외 팀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로봇팀이 참가했으며, 총 26개 브랜드의 300대 이상 로봇이 속도를 겨뤘다. 지난해 약 20개 팀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참가 규모가 다섯 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해 출발점에서 상당수 로봇이 경로를 이탈하거나 넘어지는 등 달리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날 로봇들은 안정적인 동작과 속도로 출발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의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이 뒷받침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체화 인공지능(AI) 분야에만 740건의 투자, 735억 위안(약 15조 8245억 원) 이상이 쏟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 배치된 휴머노이드 로봇 약 1만 6000대 가운데 약 1만 3000대가 중국에 집중됐다. 전체의 8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 셈이다.

가오공로봇산업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전년보다 650% 이상 급증한 1만 8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출하량이 6만 25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이로움과 불안 사이에서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경탄과 불안이 뒤섞였다. 관중석에서 대회를 지켜본 셰 레이(41)는 AFP통신에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지구를 지배해 왔는데, 이제 자율주행 측면에서만큼은 로봇이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다"며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상상력을 주는지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를 관람하던 25세 대학원생 한청위는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같은 매체에 밝혔다.

베이징일보는 이번 대회가 중국 육상협회의 A1급 대회 기준에 따라 마련됐으며,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의 시험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사 궈타이하이퉁증권은 2040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약 3조 위안으로 추산하며, 수요가 산업 현장에서 상업 서비스, 가정용으로 단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여주는 기술'이 아닌 '성과를 내는 노동 주체'로의 전환이 이제 경주 트랙 위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