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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철도에 쏟아붓는 중 자본… '철도 굴기' 동남아 남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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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철도에 쏟아붓는 중 자본… '철도 굴기' 동남아 남진 가속화

중국, 베트남에 차관·기술·인력 '패키지 지원' 제안… 인프라 혈맹 강화
동남아 물류 허브 겨냥한 전략적 요충지 확보… 고속철 시장 주도권 선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람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람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베트남의 국가 기간망인 철도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자본과 기술, 전문 인력 양성까지 포함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동남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람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로이터 통신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양국 외교부는 철도 협력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철도 건설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로 규정하고 총 32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중국, 단순 건설 넘어 산업 생태계 이식… 베트남 철도 현대화 정조준


이번 합의의 핵심은 중국이 베트남 철도 프로젝트에 단순히 시공사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 지원(차관)과 핵심 기술 전수, 운영 인력 교육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베트남 내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지침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양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의 틀 안에서 교통과 물류 연결성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철도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함께 관련 분야의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했다.

베트남은 현재 남북 고속철도 건설에 약 670억 달러(약 98조 3426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추산하고 있으며, 중국의 이번 제안은 해당 프로젝트의 재원 마련과 기술 확보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광물·항공까지 전방위 협력… 'C909' 도입으로 하늘길도 중국산


양국의 밀월 관계는 철도에만 머물지 않고 전략 자원과 첨단 산업 전반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공동성명에는 항공, 보안, 차세대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항공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즉각 나타났다. 베트남의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Vietjet)은 이번 주 중국 상하이 항공기제조공사(COMAC)가 제작한 협동체 항공기 'C909' 10대를 도입하기 위해 중국 푸둥발전은행(SPDB) 금융리스와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베트남 항공 시장에서 중국산 항공기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안보'와 '경제' 맞교환… 인도차이나반도 물류 패권 향방은


시진핑 주석은 토람 주석에게 "고도의 전략적 명확성을 유지하고 '정치적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협력을 매개로 베트남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묶어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표준 기술을 베트남 철도망에 이식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유지보수와 운영 전반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력 강화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인도차이나반도의 물류 지도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현대적인 철도망 구축이 절실한 베트남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앞으로 베트남 내 고속철도 건설이 본격화하면 동남아시아의 경제 지형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