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플로 데이터화 지시에 ‘디지털 러다이트’ 확산… 숙련 노동의 가치 급락
미·중 빅테크 ‘인간 배제’ 자동화 속도전… 기업 가치 3700억 원대 머커 등 급성장
미·중 빅테크 ‘인간 배제’ 자동화 속도전… 기업 가치 3700억 원대 머커 등 급성장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인간의 조력자를 넘어 노동의 주권을 찬탈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산업 현장에서는 자신의 업무 노하우를 AI에게 전수하고 퇴장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전문 매체 피처리즘(Futurism)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역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업무 전 과정을 정교하게 기록하고 데이터화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록 보존이 아니라 오픈소스 AI 소프트웨어인 '오픈클로(OpenClaw)' 등을 활용해 해당 직무를 완전히 자동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며, 노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기술 업계에서는 최근 깃허브(GitHub)를 통해 빠르게 퍼진 ‘동료 기술(Colleague Skill)’ 프로젝트가 노동자들에게 실존적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당초 풍자를 목적으로 제작된 이 도구는 특정 직원의 업무 채팅 기록과 프로필 데이터를 입력하면, 해당 인물의 업무 방식은 물론 문장 부호 습관과 말투 같은 미세한 개인적 특징까지 그대로 재현한 업무 매뉴얼을 생성한다.
상하이의 기술직 종사자 앰버 리(Amber Li)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테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프트웨어가 잡아내는 개인의 사소한 습관까지 고려하면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하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 확산세가 2026년 1분기에만 전년 대비 40%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 사보타주 툴로 무력화 시도
자신의 일자리를 앗아갈 AI를 직접 교육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자, 노동자들은 적극적인 ‘방어적 저항’에 나섰다. 단순히 지시를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 AI의 학습 데이터 자체를 오염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기술적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AI 제품 매니저 코키 수(Koki Xu)는 동료들의 업무 기록을 AI가 해석할 수 없는 모호하고 비실행적인 언어로 자동 변환해 주는 반격용 도구를 개발했다.
수 매니저는 MIT 테크 리뷰를 통해 "추상적인 비판보다 자동화의 핵심인 데이터 학습을 직접 방해하는 수단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권력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선택한 21세기형 '디지털 사보타주'로, 향후 노사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자본의 역설… 3700억 원 가치 ‘머커’가 쏘아올린 공포
이러한 ‘인간 배제’형 자동화 흐름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 ‘머커(Mercor)’는 고학력 전문가들을 저임금에 고용해 AI를 학습시킨 뒤, 결과적으로 그들의 직업을 없애는 모델로 급성장하고 있다.
머커는 최근 벤치마크 등 주요 투자사로부터 약 2억 5000만 달러, 한화로 무려 3697억 원에 이르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간의 숙련도를 데이터로 치환해 자본의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디지털 인형극’이 막대한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성가신 인간 노동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AI 도입을 강행하면서 노동 가치의 본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 참여자들 또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노동자의 숙련도 단절과 조직의 창의성 고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남긴 ‘숙련의 배신’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인간의 사고 체계와 고유한 습성까지 데이터라는 명목으로 탈취당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3697억 원이라는 머커의 기업 가치 안에는 자신의 생존권을 담보로 AI를 교육시킨 수많은 노동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기술의 효율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앞설 때 산업 생태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기계의 역습’에 맞서 데이터 주권을 외치는 노동자들의 저항은 단순한 직업 수호를 넘어, AI 시대 인간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묻는 엄중한 경고장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