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술직 90만 명 쫓겨난 자리에 누가 오나?"… 빅테크, 'AI 영업직'에 목맨다

글로벌이코노믹

"기술직 90만 명 쫓겨난 자리에 누가 오나?"… 빅테크, 'AI 영업직'에 목맨다

오픈AI·앤스로픽, 세일즈포스 임원 싹쓸이… '기업용 시장 50%' 정조준
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잔혹한 셈법'… 투자자가 봐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기술 개발은 완성 단계다. 이제 남은 것은 돈을 버는 일이다.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연구자 대신 '영업 고수'를 쓸어 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기술 개발은 완성 단계다. 이제 남은 것은 돈을 버는 일이다.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연구자 대신 '영업 고수'를 쓸어 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기술 개발은 완성 단계다. 이제 남은 것은 돈을 버는 일이다.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연구자 대신 '영업 고수'를 쓸어 담고 있다. 반면, 기술 생태계의 거인들인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력을 줄이며 '효율성'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25(현지시각) CNBC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 업계는 지금 사람을 내보내고 영업망을 구축하는 근본적인 구조 전환을 겪고 있다.

연구소에서 시장으로… 오픈AI가 세일즈포스를 터는 이유


오픈AI와 앤스로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업계의 핵심 임원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개발자가 아니다.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독 등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들의 영업 총괄과 사업 전략 임원들이 주 타깃이다.

오픈AI가 이들을 영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용(Enterprise) 시장으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이다. 지난 1월 기준 오픈AI 매출에서 기업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었다. 사라는 프리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비중을 올해 연말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전 세계 100만 기업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고객 관계망(Network)을 갖춘 영업 전문가가 필수적인 이유다.

특히 세일즈포스에서 슬랙(Slack) CEO를 지낸 데니스 드레서가 오픈AI 최고수익책임자(CRO)로 합류한 것은 상징적이다. 앤스로픽 역시 세일즈포스 출신 인력을 흡수하며 기업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AI 기업은 거액의 보상과 함께 'AI 혁신'이라는 매력적인 환경을 제시하며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술력을 넘어 '영업력'AI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AI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고용 한파


반대편에서는 기술직 노동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메타는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직원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이들의 감원 규모만 2만 명이 넘는다. 올해에만 전 세계 기술 업계에서 9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20년 이후 누적 90만 명에 달하는 수치다.

기업들이 사람을 줄이는 명분은 'AI를 통한 효율성 제고'.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4사는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만 7000억 달러(1034조 원)를 쏟아붓는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AI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동안, 기존 인력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감원이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AI가 단순 코딩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기존 직무를 대체하면서,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축소해도 충분히 돌아가는 구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미 50명 남짓한 인원으로 5000만 달러(738억 원) 매출을 올리는 '50인 유니콘'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과거 250명이 필요했던 일을 AI와 소수 정예가 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K-AI의 딜레마, 인재 확보와 수익성 사이의 줄타기


글로벌 AI 기업의 영업 인재 영입전과 빅테크의 감원 기조는 한국 시장에도 수익성숙제를 던졌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는 미국처럼 영업 임원을 대거 영입하는 단계는 아니나, B2B 사업 확장을 위해 사업 개발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강한 국내 특성상, 일시적 대량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축소와 AI 업무 효율화를 통한 인력 재배치가 주를 이룬다. 주니어급 IT 개발직군이 AI 자동화의 직격탄을 맞는 현상은 국내서도 뚜렷하다. 향후 핵심은 단순 감축이 아닌, 기존 인력의 AI 역량 재교육과 실질적 B2B 매출 창출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증명해야 하는 K-AI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투자자· 업계종사자를 위한 착안점


AI 시대의 고용 시장과 기업 지형도는 급격히 바뀌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읽기 위해 다음 3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대비 매출 전환율이다.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투자가 실제로 기업용 시장 매출로 얼마나 환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픈AI의 기업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설지가 핵심이다.

둘째, 기술 업계의 '희망퇴직''고용동결' 추이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지, 아니면 특정 분야(AI 엔지니어)만 채용하고 일반 IT 인력을 쳐내는지 구분해야 한다. 이는 산업 전반의 고용 안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셋째,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주가 흐름이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SW 기업들은 AI 거인들의 인재 빼가기와 시장 잠식으로 인해 더 큰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도구를 넘어, 기업의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지금의 AI 열풍은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 운영 방식과 고용 시장의 질서를 다시 쓰는 거대한 전환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