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석유 결제 통화보다 ‘유로달러 시스템’이 핵심”…호르무즈 봉쇄·위안화 결제 확대에도 달러 지배력 흔들림 제한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에너지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달러 패권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페트로달러’ 개념 자체가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의 글로벌 지위는 석유 거래 통화보다 국제 금융 시스템, 특히 ‘유로달러’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 ‘석유=달러’ 공식 흔들려도 패권 유지
전통적으로 페트로달러는 산유국이 원유를 달러로 거래하고 이를 미국 국채 등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 변화로 이 공식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FT는 “미국 해군이 더 이상 걸프 지역 원유 흐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페트로달러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달러 패권의 본질은 ‘유로달러’
그러나 FT는 이런 변화가 곧 달러 패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유로달러’로 불리는 해외 달러 금융 시스템이다.
유로달러는 미국 밖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달러를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약 14조 달러(약 2경720조 원) 규모의 달러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성·운용되고 있다.
FT는 “전체 달러의 약 40%가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다”며 “이 같은 구조는 다른 어떤 통화도 갖지 못한 특징”이라고 전했다.
◇ 달러는 ‘국가’ 아닌 ‘시장’ 기반
이 같은 구조는 달러 패권이 국가 권력보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환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면서 달러 사용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65%에서 57%로 감소했지만 무역 결제에서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글로벌 무역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달러 지배력은 정부 결정이 아니라 민간의 선택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 연준 ‘스와프 라인’이 핵심 안전장치
달러 시스템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스와프 라인이다. 이는 금융위기 시 다른 국가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장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최대 5540억 달러(약 819조9200억 원), 코로나19 초기에는 3580억 달러(약 529조84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FT는 “달러 패권의 진짜 기반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중앙은행 간 협력 구조”라며 “연준이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달러 지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달러 패권 위협은 ‘정치’ 아닌 ‘지원 중단’
결국 달러 체제를 위협할 변수는 지정학적 갈등보다 미국의 정책 변화라는 분석이다. FT는 “미국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달러를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고 판단할 때가 진짜 위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이 제국으로서 영향력을 잃을 수는 있지만 통화는 국가와 다르다”며 “달러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 체계”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