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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비축유, 유럽 정유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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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비축유, 유럽 정유사로 향한다

호르무즈 차질에 브렌트 고가 유지…유럽, 할인 미국산 원유로 공급 공백 보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 허브에 위치한 원유 저장 탱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저장 허브에 위치한 원유 저장 탱크. 사진=로이터
중동 원유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물량의 주요 구매처로 유럽이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로 브렌트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유럽 정유사들이 할인된 미국산 원유를 받아들이며 공급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유럽이 핵심 구매자로 부상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미국, 비축유 7970만배럴 이미 방출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중동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 전략비축유 4억배럴 방출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120일 동안 약 1억7200만배럴을 내놓기로 했고 현재까지 12개 기업에 7970만배럴이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라피구라는 2140만배럴, 셸은 1810만배럴, 마라톤오일은 970만배럴, BP는 600만배럴을 각각 확보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브라이언마운드 전략비축유 기지에서 나온 중질유 210만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고 있다.

◇ 유럽, 배럴당 5달러 할인 원유 흡수


미국 전략비축유는 유럽 현지 원유보다 배럴당 약 5달러(약 7350원) 낮은 가격에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약 105달러(약 15만4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유럽 정유사에는 단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공급원이다.

이번 거래는 단순 매각이 아니라 일정 시점 이후 원유를 되돌려받는 교환 방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공급 차질이 발생할 때 비축유를 정유사나 원유 거래사에 빌려주고 나중에 같은 양에 추가 물량을 더해 돌려받는 구조를 운용한다.
일부 2026년 대여 물량은 2028년까지 고유황 원유로 반환해야 하고 최대 22%의 추가 물량을 붙이는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호르무즈 차질 장기화 땐 효과 제한


문제는 전략비축유 방출이 공급 충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전략비축유 저장 가능 규모는 약 7억2700만배럴이고 방출 전 보유량은 약 4억1500만배럴이었다. 그러나 스탠더드차타드는 이란 전쟁으로 세계 시장에서 하루 약 800만배럴의 원유 공급이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이 기준이면 IEA의 4억배럴 방출은 약 50일분 공백을 메우는 수준에 그친다.

호르무즈 해협이 대부분 상업 운송에 사실상 닫힌 상태라면 비축유 방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해협 통행량이 분쟁 이전의 약 5% 수준에 머물고 있고 보험료도 최대 10배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 유럽 에너지 안보 취약성 다시 부각


이번 흐름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도 드러낸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인 뒤 중동발 충격이 겹치면서 유럽은 미국산 원유와 전략비축유에 더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단기적으로는 할인된 미국 원유가 정유사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장기화되면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까지 공급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축유 방출은 유가 급등을 늦추는 완충 장치일 수는 있지만, 중동 해상 수송로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세계 원유 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