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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재고 급감, 유가 아닌 ‘수급 경고’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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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재고 급감, 유가 아닌 ‘수급 경고’ 신호

EIA “620만배럴 감소”…공급 부족 현실화 가능성 부각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저장시설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저장시설들. 사진=로이터
국제유가 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신호로 미국 원유 재고 감소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의 관심이 가격에 쏠려 있지만, 실제로는 실물 수급 지표가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4일(이하 현지 시각) 기준 주간 원유 재고는 620만 배럴 줄어든 4억595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이 30일 보도했다. 이는 직전 주에 이어 큰 폭의 감소가 이어진 것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감소는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휘발유와 중간유분 등 주요 석유제품 재고까지 동반 하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휘발유 재고는 한 주 동안 610만 배럴 줄었고, 디젤 등 중간유분 재고도 450만 배럴 감소했다. 중간유분 재고는 현재 5년 평균보다 11%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 “가격보다 먼저 움직이는 지표”


재고 감소는 통상 가격 상승보다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실제 공급이 빠듯해질수록 재고가 먼저 줄어들고, 이후 가격이 뒤따라 오르는 구조다.

이번 사례 역시 중동 긴장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 수급에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원유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 내 재고까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수요 역시 약하지 않다. 최근 4주 기준 미국 석유제품 공급량은 하루 평균 206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휘발유 수요도 하루 900만 배럴 수준을 유지하며 소비 둔화 조짐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 “공급 충격,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


시장에서는 이번 재고 감소를 단순 통계가 아니라 공급 충격의 ‘초기 단계’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재고 감소와 물류 지연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 구간의 차질이 길어질 경우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실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유 제품 생산 지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미국 휘발유 생산은 하루 평균 98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했고, 중간유분 생산도 490만 배럴로 줄어들었다. 이는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됨을 의미한다.

◇ 시장 관심 “얼마나 더 줄어드나”


이제 시장의 초점은 유가 수준이 아니라 재고 감소 속도와 지속 여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만약 현재와 같은 감소 흐름이 몇 주 더 이어질 경우 가격 변동성과 별개로 실물 공급 불안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거나 물류가 정상화되면 재고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 역시 단기간에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재 시장은 ‘가격 상승 국면’이 아니라 ‘수급 불안 초기 국면’에 진입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유가 수준보다 재고와 생산, 물류 흐름이 더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