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가성비' 높은 하이브리드차 수요 쏠림… 전기차는 부진 지속
생산 유연성 확보가 시장 점유율 가를 분수령… 하이브리드 독주 체제 전망
생산 유연성 확보가 시장 점유율 가를 분수령… 하이브리드 독주 체제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세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전기차(EV) 대신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한 시장조사기관 모터 인텔리전스(Motor Intelligence)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두 달간 미국 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37%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인 1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연료비 절감을 원하는 실속파 구매자들이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고유가에도 전기차 외면하는 미국인… 하이브리드 '독주' 체제
미국 자동차 협회(AAA) 조사 결과, 지난달 말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에 집중됐다.
실제로 모터 인텔리전스의 데이터를 보면 중동 분쟁 시작 이후 두 달간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11%에 그쳐 시장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가을 7500달러(약 1099만 원) 규모의 연방 세액 공제 혜택이 만료된 탓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 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 정보 플랫폼 카구루스(CarGurus)의 케빈 로버츠 이사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부터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은 이미 높았으며, 최근의 유가 상승이 그 흐름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한국계 자동차업계, 생산 유연성 확보와 HEV 라인업 강화가 승부처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등 북미 현지 생산 거점에서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 체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가동하느냐가 향후 점유율 수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조금이 끊긴 전기차 재고 관리와 동시에, 수요가 폭발하는 하이브리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하는 '생산 유연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증권가와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전략에 맞서 팰리세이드 등 차세대 대형 SUV에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기 탑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고유가에도 견고한 픽업트럭 시장의 할인 공세에 대응해, 리스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연비 효율 중심의 마케팅으로 실속형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정교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은 전기차 '훈풍' vs 미국은 픽업트럭 '고수'
미국과 달리 유럽 시장에서는 고유가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란 분쟁 발발 후 두 달간 전기차 판매량이 79% 급증했으며, 독일 역시 순수 전기차 판매가 39% 증가하며 산업 평균을 앞질렀다.
이는 유럽 내 저가형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고 배출가스 규제가 미국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의 또 다른 특이점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대형 픽업트럭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데이터 서비스 업체 카탈리스트 IQ(Catalyst IQ)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판매된 대형 픽업트럭 수는 전쟁 이전인 2월보다 오히려 20% 늘어났다.
미시간주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토드 쇼트 대표는 "고객들이 유가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픽업트럭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전략 '적중'… 시장 재편 가속화
하이브리드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도요타 자동차(Toyota)다. 1990년대 프리우스 출시 이후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도해온 도요타는 최근 주력 모델인 RAV4와 캠리를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만 출시하는 과감한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중동 분쟁 이후 두 달간 도요타의 미국 내 전동화 차량 판매는 34% 증가하며 전체 판매 증가율(23%)을 크게 상회했다.
기아(KIA) 대리점을 운영하는 브래드 소워스 대표는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필사적"이라며, 지난달 대리점 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35%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인 3월의 30%에서 한 달 만에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보조금 중단으로 주춤한 전기차의 빈자리를 실용적인 하이브리드와 할인 공세를 펴는 픽업트럭이 양분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한, 일상생활의 변화 없이 연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독주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