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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구리 광산 쥐었다… 반도체 넘어 원자재 직계약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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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구리 광산 쥐었다… 반도체 넘어 원자재 직계약 시대

데이터센터 증설 ‘물리적 한계’… 칩 확보 경쟁, 원자재 땅끝 전투로 가열
‘폐광산의 연금술’ 미생물 기술 혁명… ‘제2 리튬 전쟁’ 서막, 투자자 ETF 주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칩 설계를 넘어 핵심 원자재인 ‘구리’ 확보를 위해 광산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력 인프라의 혈관인 구리 공급망을 장악하지 못하면 AI 주도권도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행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칩 설계를 넘어 핵심 원자재인 ‘구리’ 확보를 위해 광산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력 인프라의 혈관인 구리 공급망을 장악하지 못하면 AI 주도권도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행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칩 설계를 넘어 핵심 원자재인 구리확보를 위해 광산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력 인프라의 혈관인 구리 공급망을 장악하지 못하면 AI 주도권도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행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12(현지시간)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인근의 존슨 캠프 광산과 구리 조달을 위한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테크 거물이 특정 광산 사업자와 직접 손을 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업계에서는 이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코퍼 러시(Copper Rush)’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미생물로 구리 캐는 뉴턴… 휴면 광산의 부활


아마존과 계약한 존슨 캠프 광산의 생산은 영국·호주 자원 거물 리오틴토의 자회사 뉴턴(Nuetron)’이 담당한다. 이들은 미생물을 활용해 화학 반응을 촉진, 광석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했다. 이는 과거 석유 시장을 뒤흔든 셰일 혁명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경제성이 없어 방치했던 휴면 광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구리 공급망 확충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다. 미국 내에서 새로운 광산을 가동하려면 환경 규제와 승인 절차 탓에 평균 29년이 소요된다. 최대 생산국인 칠레조차 22년이 걸린다. 반면 뉴턴은 기존 광산 설비와 이미 획득한 허가권을 활용해 조기 가동에 성공했다. 리오틴토 아담 벌리 이사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계획을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었다며 네바다주 등 다른 지역으로의 기술 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튬 전쟁의 데자뷔… 국가 전략 자원으로 부상


구리 시장의 현재 상황은 2020년 전후 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을 직접 조달하기 시작했던 시점과 흡사하다. AI 붐은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관련 전력 인프라 수요까지 폭증시키고 있다. 현재 구리 가격은 1톤에 13000달러(1917만 원) 안팎으로, 1년 전보다 40%가량 치솟았다. S&P 글로벌은 2040년 구리 수요가 2025년 대비 50% 증가한 4200만 톤에 달해, 1000만 톤 규모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의 대응도 긴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구리를 핵심 광물로 지정했다. 수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AI 등 첨단 산업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아마존의 행보는 단순한 자재 확보를 넘어 미국의 경제 안보와 국가 전략 측면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자원 패권이 가른 AI 주도권… 한국 전력기기 산업 판도 변화예고


아마존의 구리 광산 직계약은 한국 경제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던진다. 우선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글로벌 변압기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원가 관리 능력이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퍼 러시가 국내 전선 및 반도체 소재 기업들에게 기술 혁신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구리 추출 신기술이나 대체 소재 개발 여부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구리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재인식하고, 민관 합동으로 해외 자원 개발 지원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AI 주도권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자원 공급망을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빅테크의 수직 계열화 전략에 대응해 자재 조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공급망 최적화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 구리 ETF와 광산 기술주


투자자들은 이제 빅테크의 주가뿐만 아니라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병행해서 읽어야 한다.

첫째, 원자재 ETF의 재평가다. 글로벌 구리 수요가 2040년까지 지속 우상향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광산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 기반 자원주다. 단순 채굴 기업보다 뉴턴처럼 미생물 추출 기술 등 저비용·고효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국내 산업 영향이다. 구리 가격 상승은 국내 전력기기(변압기 등) 및 전선 업체들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들의 판가 전이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과거에는 데이터가 석유였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를 만드는 구리가 새로운 석유로 등극했다. 빅테크가 광산과 직접 계약하는 시대, 자원 확보 능력이 곧 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