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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석유업계, 중동 위기에 '해상 환적' 궁여지책… 비용 폭등에도 "미국산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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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석유업계, 중동 위기에 '해상 환적' 궁여지책… 비용 폭등에도 "미국산보다 싸다"

3~5월 日 향한 중동 원유 유조선 절반이 말레이시아·인도 해상서 '선박 간 이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日 선박 진입 불가능… 해외 선사에 고액 수수료 주고 수송 위탁
환적 건수 예년의 9배 폭증, 조달 원유 20% 차지… "장기화 시 대체 경로도 불안"
말레이시아 해안에서 중동 석유를 싣고 3월에 일본에 도착한 타이요 오일 유조선. 사진=타이요 오일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 해안에서 중동 석유를 싣고 3월에 일본에 도착한 타이요 오일 유조선. 사진=타이요 오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 원유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일본 석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선박의 분쟁 해역 진입이 전면 차단되자, 일본 정유사들은 제3국 해상에서 석유를 옮겨 싣는 이른바 '선박 간 이체(해상 환적)'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동원해 원유 확보에 나섰다.

호르무즈 봉쇄가 바꾼 수송 루트… 제3국 해상 환적 9배 폭증


1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선박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Kpler)와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일본으로 향한 중동 원유 유조선 68척 중 15척이 아시아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원유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해상 환적 건수는 지난 5년간 분기 평균의 무려 9배에 달하는 수치다.

평시에는 일본 국적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하역항에서 원유를 실어 직항으로 운송했으나,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일본 선사들은 위험 해역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그리스나 아시아계 외국인 선사들이 고액의 특수 전세기 수수료(보너스)를 받는 조건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중동에서 말레이시아, 인도 등지까지 원유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후 위험이 없는 안전 해역에서부터 일본 유조선이 원유를 넘겨받아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아시아 해역으로 이송된 중동 원유는 총 2,470만 배럴로, 호르무즈 위기 이후 일본이 조달한 전체 원유량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에네오스·타이요 오일 등 정유 대기업 전방위 동원


실제로 일본 최대 석유 기업인 에네오스(ENEOS) 홀딩스 산하의 유조선 '에네오스 드림'호는 지난 4월 21일 말라카 해협 인근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 항구를 출항한 한국 유조선과 만나 약 180만 배럴의 원유를 해상에서 넘겨받았다.
이 선박은 지난 5월 3일 일본 오이타 정유소와 가와사키 정유소에 차례로 도착해 원유를 하역했다.

야자키 야스노리 에네오스 수석 부사장은 실적 브리핑에서 "자사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구역을 최대한 활용해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며 해상 환적 사실을 인정했다.

타이요 오일(Taiyo Oil) 역시 지난 3월 말레이시아 해상에서 환적한 중동 원유를 에히메현 정유소로 운송했다.

야스히로 후나키 타이요 오일 부대표는 "해상 환적은 이틀에서 사흘이 소요되고 거래당 약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 50~55일이 걸리는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는 것보다 기간(약 25일)과 비용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상존하는 '임시방편'


일본 정유 업계는 말라카 해협 주변에 환적을 지원하는 인프라 기업들이 많아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방식을 주요 조달 옵션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과 대안 항구를 통해 원유를 외곽으로 빼내고는 있지만, 중동 전역으로 군사 공격이 확대될 경우 이 대체 경로마저 마비될 수 있어 일본의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