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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제조사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좀비 생산 라인’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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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제조사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좀비 생산 라인’ 깨운다

서방 경쟁사 유휴 공장 기습 인수·공유… 관세 폭탄 및 보조금 규제 우회 전술
스텔란티스·포드·VW 공장 사정권… 고비용 노동력·공급망 준수 등 ‘양날의 검’ 지적도
BYD 브라질 노동 스캔들 극복 속 엑스펑·지리 등 ‘유휴 설비 심폐소생’ 영토 확장 가속
파리 근처 푸아시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자동차 공장, 이 자동차 제조사는 유럽에서 활용되지 않는 생산 능력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인 리프모터(Leapmotor)와 동펑(Dongfeng)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리 근처 푸아시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자동차 공장, 이 자동차 제조사는 유럽에서 활용되지 않는 생산 능력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인 리프모터(Leapmotor)와 동펑(Dongfeng)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을 장악한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서방 경쟁사들이 휘발유차 감산으로 가동을 중단했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좀비 생산 라인(유휴 설비)’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합병하며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 정부의 촘촘해진 보호무역주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현지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술이지만, 일각에서는 서방 특유의 고비용 노동 환경과 까다로운 규제 준수 리스크가 중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피아트, 푸조, 지프 등을 보유한 글로벌 거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최근 스페인과 프랑스 생산 시설을 각각 중국 파트너사인 리프모터(Leapmotor), 둥펑(Dongfeng)자동차와 공유(합작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 지리(Geely)자동차 역시 포드(Ford)의 스페인 공장 내 예비 생산 라인을 인수해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구조적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서방 진영과, 저비용 배터리를 무기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려는 중국 진영의 완전히 다른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보조금 70% 국산화율 맞춰라… 규제 장벽 넘기 위한 ‘고육지책’


UBS 분석가들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5% 수준에서 오는 2030년 35%까지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무서운 독주 체제를 구축하자 외국 정부들은 일제히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리프모터의 배터리 차량에 30.7%의 가혹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이 지역 내에서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 이상을 생산해야만 정부 보조금 자격을 부여하는 고강도 규제 초안을 상정했다. 브라질 역시 오는 7월부터 수입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35%로 인상할 예정이다.

결국 중국 기업들에 현지 생산 기지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주장밍 리프모터 창립자는 지난달 베이징 모터쇼에서 “스페인 스텔란티스 공장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차체 및 내부 부품을 유럽 현지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는 브라질의 스텔란티스 공장에서도 조만간 차량 조립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신축(그린필드) 공장을 처음부터 짓는 것보다 기존 유휴 공장을 사들이는 것이 막대한 준비 기간과 행정 절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타임세이빙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지옥 같은 유럽 규제 맛보게 될 것”…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리스크

그러나 기존 서방 제조사들의 시설을 인수하는 방식이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랄드 헨드릭세 시티그룹 유럽 자동차 분석가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 공장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조금 실소가 나온다”며 “그들 역시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지독하게 어려운지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살인적으로 비싼 유럽의 노동력을 의무 고용해야 하며, 유럽의 현지 부품 콘텐츠 규칙 및 복잡한 환경·품질 규제를 맞추기 위해 유럽 공급망을 강제로 이용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챔피언인 BYD는 브라질에서 뼈아픈 노동 스캔들을 겪었다. 포드가 버리고 떠난 브라질 카마사리 공장을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현지 노동 당국으로부터 건설 근로자들에게 ‘노예 수준’의 가혹한 환경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BYD는 지난달 브라질 정부의 노동 착취 블랙리스트(Dirty List)에 일시 등재되었다가 간신히 벗어나는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는 이탈리아 등 유럽 내 공장 인수를 위해 스텔란티스 등과 긴밀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남미에 두 번째 공장 설립을 위해 유휴 시설 인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폭스바겐도 ‘구조조정’ 타협 모색… 지리 “적대적 공세 대신 상생 메커니즘”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린 서방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자존심을 꺾고 중국계 자본과의 타협을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1,200만 대에서 900만 대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폭스바겐(VW)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공장 폐쇄 압박을 줄이기 위해 “중국 파트너사들과의 유휴 공장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록 현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로 인해 최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논의나 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블루메 CEO는 여전히 “유럽과 독일 공장의 과잉 생산 능력을 해결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실제로 중국 샤오펑(Xpeng)의 엘비스 쳉 북유럽 총괄 책임자는 “유럽 내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폭스바겐 등과 공장 매입을 위한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유휴 설비 심폐소생 전략이 서방 주주들과 노동자들의 반발을 완화하고 중국 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거부감을 줄이는 훌륭한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일찌감치 “더 이상 신규 자동차 공장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한 리슈푸 지리자동차 회장은 “동종 업계의 과잉 생산 능력을 흡수하는 실용적 협력과 자원 통합에 집중할 것”이라며 “적대적인 진흙탕 싸움 대신 상생하는 우호적인 태도로 글로벌 경쟁에 참여해야만,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존경받는 수준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해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