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이오스타트업 ‘바이오오빗’, 국제우주정거장서 단백질 결정화 실험 돌입
항암제 제형 개선으로 ‘병원 방문 없는’ 차세대 의료 환경 구축 목표
항암제 제형 개선으로 ‘병원 방문 없는’ 차세대 의료 환경 구축 목표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제약 시장이 중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 제조’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병원에서 긴 시간 혈관 주사로 투여받아야 했던 항암제를 환자가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을 활용한 고순도 약물 결정 제조 기술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23일(현지시각), 영국 바이오스타트업 ‘바이오오빗(BioOrbit)’이 개발한 소형 장비 ‘박스-E(Box-E)’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해 본격적인 약물 결정 생성 실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결정화 기술이 바꿀 항암제 투여 패러다임
현재 대다수 면역 항암제는 분자 구조가 크고 유연해 농도를 높이면 액체가 끈적해지는 ‘점도 문제’를 겪는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수 시간에 걸쳐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우주에서 생성된 고순도 결정을 이용하면 농도를 높이면서도 점도를 낮출 수 있어, 집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주사형 펜’ 형태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진다.
바이오오빗의 케이티 킹 최고경영자(CEO)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중력은 단백질 결정화 과정을 방해해 약물의 순도와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며 “미세중력 환경은 고농도에서도 안정적인 약물 구조를 구현할 수 있게 해, 결과적으로 투여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자의 편의성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킹 CEO는 “이번 우주 제조 기술이 상용화되면 병원 방문 횟수를 대폭 줄여 국가 보건 시스템의 재정 부담을 수십억 파운드 규모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용화까지는 ‘임상·승인’이라는 관문 남아
업계에서는 이미 우주 제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Merck)는 항암제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을 우주에서 제조해 투여 경로를 피하 주사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오빗은 이를 넘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 킹 CEO 역시 가디언을 통해 신약 제형에 대한 임상 시험과 각국 보건 당국의 엄격한 승인 절차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현재 바이오오빗은 지난달 확보한 980만 파운드(약 199억 원) 규모의 투자금과 영국 우주국으로부터 받은 25만 파운드(약 5억 1013만 원)의 지원금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조차 최근 증권가에 제출한 상장 관련 문서에서 우주 제약 제조를 핵심 수익원 중 하나로 지목할 만큼, 우주가 차세대 제약 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면서 난치병 치료 환경의 지평이 지구 궤도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