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글로벌 홍보 대행사 폭로… 구형 자동화 기술에 'AI 라벨링' 쇄도
캐펙스(CAPEX) 점검 나선 빅테크… 국내 테마주 '옥석 가리기' 운명의 분수령
캐펙스(CAPEX) 점검 나선 빅테크… 국내 테마주 '옥석 가리기' 운명의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보도에 따르면 저기술 산업군이나 단순 매크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대행사에 AI 전문기업으로의 재브랜딩을 압박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는 중동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도 기술주 랠리를 이어온 금융시장에 거품 붕괴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기업의 외형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 실적 창출 능력을 장부상으로 검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수동 스캐너도 AI 둔갑"… 거품론 뒷받침하는 정량 지표의 경고
런던 소재 커뮤니케이션 대행사 파이트 오어 플라이(Fight or Flight)의 임란 아리프 미디어 전략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과장하는 과정에서 AI 역량을 도를 넘어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신발 제조 기업 올버즈(AllBirds)는 AI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확보하며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런던 중심가의 또 다른 홍보 대행사 이사는 건물 평면도를 작성하는 수동형 핸드힐드 스캐너까지 AI 제품으로 둔갑해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마케팅 문구에 'AI 구동'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지만, 본질은 과거에 쓰던 자동화 기술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적 데이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주주서한이나 실적 발표에서 'AI' 키워드를 언급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매출 증가율보다 3.2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은 평균 2.5%에 그쳐, 기술적 실체가 없는 자본 매집용 짜맞추기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스토리 프리미엄' 제거 구간… 국내 AI 테마주 멀티플 붕괴 가능성
글로벌 시장의 AI 워싱 논란은 코스피 시장 내 AI 테마주에도 상당한 선별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도 전통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이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AI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신사업 목적 추가 기업 중 실제 매출로 연결된 비중은 18%를 밑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공급망과 달리,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에서 단기 실적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관계자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직접 구축하거나 독점적 데이터 기반의 수익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아니라 스토리 기반 프리미엄이 제거되는 멀티플 붕괴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AI 워싱 붕괴의 역설… 자금은 결국 '진짜 인프라' 반도체로 쏠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워싱이 걷히는 현상이 반도체 대형주와 핵심 공급망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추상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거품이 꺼지면, 시장의 유동성은 실제로 가동되는 물리적 인프라 공급망으로 재집중되기 때문이다. AI 지출의 거품 논란 속에서도 서버를 돌리기 위한 핵심 하드웨어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공정, 고성능 AI 서버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리더 기업들은 차별적인 수급 집중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무늬만 AI인 기업들이 퇴출당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동반 조정이 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질적 전방 산업 공급망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실적 장세로의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장세 전환 국면… 투자자가 생존을 위해 점검할 3대 체크포인트
업계와 투자자가 'AI 착시'를 걷어낼 3대 평가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개발비(R&D) 내 AI 인프라 실질 투입 비중이다. 단순히 마케팅 비용이나 범용 소프트웨어 구매에 돈을 쓰는 기업을 걸러내고, 독점적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핵심 인력과 연산 인프라에 자본을 집중하는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재무제표상 AI 신사업의 매출 세부 항목 인식 여부다. 사업 목적 추가나 업무협약(MOU) 체결 같은 외형적 구호에 속지 말고, 분기 보고서의 매출 구성 표에서 AI 관련 서비스나 제품이 실질적인 숫자로 기여하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셋째,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내 데이터센터 비중과 공급 제약 발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에서 단순 총액이 아닌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할당 비중'을 확인하고, 'AI 연산 능력 제약(Capacity Constraint)' 언급 여부를 추적해 전방 수요의 강도를 판별해야 한다.
기술의 수사 뒤에 숨은 재무적 실체를 검증하는 것만이 자본 매집용 허위 라벨링에 속지 않고 내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