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코 연구소 인용 LCOE 기준 유럽 일부 신규 원전 단가 1kWh당 최대 19센트… 육상 풍력은 3.6센트
인허가·공사 지연 시 최장 20년 소요… 출력을 급격히 조절 못 하는 '경직성 전원' 한계
"부하 추종 불가"에 맞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계통 보강과 저장을 융합해야 승산
인허가·공사 지연 시 최장 20년 소요… 출력을 급격히 조절 못 하는 '경직성 전원' 한계
"부하 추종 불가"에 맞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계통 보강과 저장을 융합해야 승산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환경부 산하 외코 연구소(Öko-Institut)가 원자력 발전의 기후 변화 대응 효율성을 정밀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외코 연구소는 원전의 전력 킬로와트시(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청정성 면에서는 대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막대한 건립 비용과 장기간 소요되는 공사 기간 탓에 원전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부가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신규 원전의 건설 지연 가능성과 한전의 송배전망 수용 용량,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하는 균등화발전비용(LCOE) 추이를 필수 지표로 추적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관별·전제조건에 따라 원전 LCOE 추정치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kWh당 최대 5배 단가 격차… 발목 잡힌 원전 경제성
태양광과 풍력 발전 단가가 1kWh당 10센트를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는, 동일 기준으로 산정한 신규 원전의 상업적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원전의 덤핑 수주 논란을 둘러싼 공방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프로젝트 금융(PF) 조달 비용 증가분을 반영한 LCOE 재산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건설 속도 저하와 부하 추종 불가가 부른 송전 제약 리스크
인허가와 공사 지연을 감안할 때 최장 20년 가까이 걸리는 대형 원전 특성상 건설 속도가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마다 최소 30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원전 투입이 필요하다. 이는 대형 원자로 25기에서 30기를 매년 완공해야 하는 규모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원전의 연간 증설량은 10GW에 그쳤다. 노후 원전의 퇴역 속도를 간신히 방어하는 수준이다.
국제 통계에 따르면 원전의 글로벌 전력 비중은 1990년대 중반 17.0%대에서 2020년대 들어 9~10%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외코 연구소는 이 비중이 오는 2050년 3.0~4.0%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력 계통 운용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와의 불협화음이 예견됐다. 원전은 일정한 출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직성 전원(기본적으로 출력이 크게 변하지 않는 기저발전원)이다. 출력을 급격히 조절하는 부하 추종 능력이 떨어져 수시로 발전량이 변하는 태양광·풍력 중심의 전력망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여기에 기후 변화 자체도 원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수면 상승과 극한 기후는 해안가 원전의 사고 위험을 높이고, 가뭄으로 인한 하천수 부족은 내륙 원전의 냉각수 공급 중단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국내 역시 하계 최대전력 수요 증가와 수온 상승이 겹칠 경우 원전 출력 제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형 에너지 믹스' 생존을 위해 추적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유럽 일부 국가는 신규 원전 대비 재생에너지와 계통 보강 조합의 총비용을 비교하는 구조로 정책 논의를 옮겨가고 있다. 한국도 단순 건설 단가가 아니라 송배전망 확충과 예비력 확보까지 포함한 '시스템 단가' 관점에서 원전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코 연구소의 리스크 서사가 한국 원전 수출 전선에 미칠 타격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자가 당장 점검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IEA와 민간 리서치 기관이 제시하는 재생에너지 LCOE 하락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 신재생 발전 단가가 유럽 수준으로 수렴하는 순간 원전의 상대적 경제성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단가가 원전의 전력 구입 단가 밑으로 떨어지면 원전 투자의 자본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둘째, 한전의 송배전망 수용 용량 한계를 점검해야 한다. 동해안 원전의 송전 제약과 호남발 태양광과 해상풍력 출력 제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이나 송전 차단 같은 계통 대란 위험이 상시화될 수 있다. 전력을 만들어도 보낼 길이 막히면 발전 제약이 발생해 원전 운영사의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훼손된다.
셋째, 글로벌 SMR(소형모듈원전)의 인허가 및 상용화 시점을 추적해야 한다. 건설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이지 못하는 대형 원전 중심 포트폴리오는 규제 승인과 자본 조달이 동시에 빨라지는 SMR 경쟁에 밀려 수주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SMR의 설계 인증 통과 여부는 대형 원전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기자재 업종의 주가 향방을 가르는 핵심 지표다.
세계 전력 시장의 중심축은 점차 경직성 기저전원에서 유연성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에너지저장 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 산업의 성패 역시 '원전이 얼마나 싸냐'가 아니라, 원전과 재생에너지, 저장설비를 어떻게 엮어 계통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