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그널로이드, TSMC 공정 전용 ASIC 'C0' 테이프아웃… 3분기 엔지니어링 샘플 출하
확률 분포 연산 기반 독자 기술로 GPU 대비 에너지 소비 1000분의 1 목표
확률 분포 연산 기반 독자 기술로 GPU 대비 에너지 소비 1000분의 1 목표
이미지 확대보기비즈니스 와이어(Business Wire)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영국 케임브리지 소재 컴퓨팅 플랫폼 기업 시그널로이드(Signaloid)가 로봇·산업 자동화 등 피지컬 AI 작업에 특화된 전용 주문형 반도체(ASIC) 'C0-드레드노트(C0-Dreadnought)'의 테이프아웃(반도체 설계의 최종 단계) 완료와 사전 규격서 공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기존 GPU 대비 1000배 개선을 목표로 한 이 칩은 영국 정부 연구기관의 공식 채택을 받으며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고, 한국 반도체·로봇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기술 흐름으로 주목된다.
"GPU가 틀렸다"… 확률 연산으로 에너지 혁명 도전
C0-드레드노트의 핵심은 기존 CPU·GPU와 근본적으로 다른 연산 방식이다. 수천 개의 코어를 동원해 무작위 반복 연산을 수행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이 칩은 시그널로이드 고유의 '분포 확장 컴퓨팅 하드웨어(UxHw®)' 기술을 탑재했다.
UxHw® 기술은 확률 분포를 데이터로 직접 처리하는 결정론적 연산 방식으로, 확률 통계적 작업에서 기존 대비 1000배 이상의 처리 속도 향상을 목표로 한다.
로봇 경로 계획, 센서 융합, 불확실성 기반 의사결정 등 피지컬 AI의 핵심 작업이 바로 이런 확률 통계 연산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설계 방향 자체가 시장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술에는 미국·중국·대만·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 90건 이상의 지식재산권이 등록돼 있다. 설계는 반도체 설계 서비스 기업 IC-링크 바이 아이멕(IC-Link by imec), 미국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와의 협업으로 완성됐으며, 위탁생산은 대만 TSMC가 맡는다.
케이던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북·중부 영업 총괄 존 헤이튼(John Heighton)은 "시그널로이드의 C0-드레드노트 테이프아웃을 TSMC 공정에서 지원하게 됐다"며 "분포 강화 컴퓨팅 응용 분야에서 새로운 수준의 연산 효율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정적 메모리(SRAM)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영국 ARIA, 공공 투자로 차세대 AI 하드웨어 키운다
ARIA 프로그램 디렉터 수라즈 브람하바르(Suraj Bramhavar)는 "무작위 수치 선형 대수와 확률 컴퓨팅 작업에서 C0-ASIC을 평가하기 위해 위탁했다"며 "무작위 선형 대수는 AI를 비롯한 컴퓨터 과학 전반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뒷받침하는 근본적으로 새롭고 강력한 기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RIA는 엔지니어링 샘플 수령 이후 2차 수학 최적화 방법 등 차세대 AI 작업에 이 칩을 활용할 계획이다.
시그널로이드 창업자 필립 스탠리-마르벨(Phillip Stanley-Marbell)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 컴퓨팅 교수 출신으로, 벨 연구소·IBM·애플·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등에서 연구 경력을 쌓았다. 현재 이 플랫폼은 전 세계 3000명 이상의 사용자가 활용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로봇 산업, 기회와 과제 동시에
이번 흐름은 한국 산업계에도 두 갈래 파장을 낳는다. 먼저 수혜 쪽이다.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자체 설계에 나서면서 고부가가치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이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AI 가속기 개발사에 특화된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협의 중이다.
피지컬 AI 전용 ASIC이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여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는 추가 동력이 된다.
삼성전기·LG이노텍·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 등 국내 기판 기업들도 ASIC 확대에 따른 고사양 기판 수요 증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 완성품 업계도 분주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통상부·LG전자·현대자동차·한국팹리스산업협회 등과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 협약은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목표로 정부 주도 하에 추진됐고 5년간 1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5월 피지컬 AI와 로봇 구동장치(액추에이터) 분야의 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공식 선언했으며,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칩 설계 역량 없이 로봇 플랫폼만 키울 경우, 핵심 부품을 외산 전용 칩에 의존하는 공급망 종속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피지컬 AI 전용 칩 시장, 빅테크도 주목하는 격전지
엔지니어링 샘플은 올해 3분기 중 첫 번째 고객사에 납품된다. 현장 프로그래밍 방식 반도체(FPGA) 기반 시스템 형태로 영국과 스위스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로봇·산업 자동화 분야 고객들은 오는 6월 10~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보쉬 커넥티드 월드(Bosch Connected World)' 행사에서 UxHw® 기술 시연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흐름이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 AI를 거쳐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능이 로봇·자율주행차·산업 시스템 등 현실 세계와 직접 맞닿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를 정리하고 현대차·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로 대표되는 로봇·물리 AI 섹터로 급격히 회전하고 있으며, 코스피 주도 섹터 지형이 재편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에너지 효율을 앞세운 소형 전문 설계 업체들이 엔비디아·브로드컴(Broadcom) 등 대형 업체의 틈새를 공략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시그널로이드의 기술이 실제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확률 분포 연산 방식이 특정 작업에서 탁월한 효율을 보여준다 해도, 기존 GPU 생태계가 구축한 소프트웨어 스택·개발 도구·공급망과의 호환성 문제는 현실적인 진입 장벽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칩 성능만큼이나 개발자 생태계 확보가 상업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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